매일신문

[동호동락] 캠핑

70년 만의 한파 속 캠핑…"어른들은 추워도 아이들은 신나요"

2011년 1월 29일. 늘 형제처럼 지내는 선배 가족과 함께 가산산성으로 동계캠핑을 떠났다.

둘째 아이 생일이라 맛있는 음식과 케이크를 준비해 즐겁게 파티도 하고 처음 가동해 보는 펠렛난로(압축연료를 사용하는 캠핑난로)란 녀석의 화력에 마냥 신이 났다. 아이들 또한 파티의 즐거움과 빨갛게 타들어가는 펠렛 불꽃의 따스함을 느끼며 잠에 들었다.

밤새 바람은 세차게 불었고 기온은 더 내려가던 새벽 2시, 결국 펠렛난로는 역류를 일으켜 밖으로 배출돼야 할 연기가 자꾸만 안으로 들어왔다. 유독가스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우리들의 보금자리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결국 난로를 포기하고 온수보일러만을 가동해서 자려는 찰나 또 한 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설상가상 온수보일러조차 모터가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가족을 어떻게든 따뜻하게 재워보겠다는 마음에 헤드랜턴을 끼고는 처음 만져보는 온수보일러 모터를 분해 조립하기를 두세 번, 그러는 사이 새날이 왔음을 알리는 햇살이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어~휴, 앞으로 동계캠핑을 계속할 수 있을지? 저 많은 장비들을 어떻게 해야 될지 만감이 교차했다. 밤새 새어 들어온 차가운 바람 속에서 고생했을 선배와 안지기(캠핑장에 아내들을 일컫는 말)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만 가득했다. 그 순간 아내의 잔소리와 함께 다시는 동계캠핑을 나가지 않겠다는 엄포가 떨어졌다.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이들은 고작 3만5천원짜리 침낭 하나를 덮고 잤는데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편안한 잠을 잤다는 것이다.

아침을 먹은 후 어른들은 추위에 지쳐 있을 무렵 아이들은 언제 추웠냐는 듯 야영장 쓰레기장에 있던 비닐포대와 박스를 활용해 눈밭에서 신나게 눈썰매를 탔다. 역시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자연은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놀이터이자 학습장이었다.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행복한 곳이었다. 그래서 아빠들은 주말만 되면 캠핑을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그렇게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눈밭에서 뒹굴고 나더니 하루만 더 자고 가면 안 되냐고 했다. 결국 다음 주에 다시 오기로 약속을 하고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모습에 아내도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동계캠핑을 이어가자고 했다. 다행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불행의 연속이 될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전날 추위에 떨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집에서 TV를 보는 순간 왜 그렇게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한파 때문이었다. 방송에서 주말 전국적으로 70년 만에 찾아온 한파가 기승을 부렸다고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나? 아이들과 다음 주에도 캠핑을 가기로 했는데,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아마 난 텐트만 들고 혼자 밖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나는 다음 날 온수보일러 부속품을 주문하고 일주일 내내 온수보일러를 만들고 텐트 바닥을 좀 더 따뜻하게 할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동계캠핑을 즐기고 있다. 이제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봄날의 따스함만큼이나 행복을 느끼게 해주기에 나는 지금 내일 떠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원곤(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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