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고양이를 위한 빈자리

텅 빈 집 문 열고 들어가면 야옹~ 반겨줄 때의 안도감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사람들의 마음속 빈자리를 고양이가 채워준다'라고 믿고 있는 주인공이 여러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주고 그들이 고양이를 통해 마음속 빈자리를 채우게 된다는 내용의 조금은 특이하지만 소소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그런데 정말 고양이가 사람의 마음속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까? 우리 체셔 고양이를 보건대,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가 있음으로 해서 매일 텅 빈 집에 들어서는 대신, 현관에서 야옹하며 뒹굴며 반겨주는 고양이가 있는 집으로 들어서게 해주고, 내가 집에서 요리하고 있을 때, 거실에 앉아 있을 때, 잠을 잘 때에도 체셔는 내 옆에서 온기를 느끼게 해 준다.

때론 말벗도 되어준다. 가끔 느끼게 되는 서글픔이나 외로움과 같은 채워지지 않는 내 마음속 한쪽의 빈자리는 체셔와 함께하며 메워진다.

사실 이 모든 행동은 고양이가 사람을 위해 생각하고 하는 행동은 아니다. 여러 고양이 이야기에서 나오는 고양이가 주인의 슬픔을 먼저 헤아리고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기적 같은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기분이 좋을 때나 슬플 때나 체셔의 행동은 별 차이 없이 비슷하다.

슬픈 일이 있을 때 체셔를 꼭 끌어안으면 평소와 같이 잠시 참아주다가 뿌리치고 가버린다. 안기는 것을 싫어하는 체셔 입장에서는 '얘가 왜 또 이러지'일 뿐이다. 영화 속 빌린 고양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고양이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했지만 사람들은 그 고양이들을 통해서 위로를 받았다.

밀림의 성자인 슈바이처 박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불행에서 탈출하는 두 가지 방법은 바로 음악과 고양이이다.' 이는 '고양이가 마음속 빈자리를 채워준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하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가 그냥 사람들의 옆에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함께 사는 고양이를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키우는 사람의 마음속 빈자리는 조금씩 채워지고 또 따뜻해진다.

장희정(동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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