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습지 새는 많은데 먹이 모자라 미안"…김미승 씨

10년째 생태보전 앞장…토종 동식물 보호 남다른 애정 보여

김미승 씨가 달성습지에 서식하는 야생동물과 철새들의 월동을 돕기 위해 먹이를 주고 있다.
김미승 씨가 달성습지에 서식하는 야생동물과 철새들의 월동을 돕기 위해 먹이를 주고 있다.

"달성습지는 철새와 야생동물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대구시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달성습지가 건강한 생태환경으로 오래도록 보전될 수 있습니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에서 '봉사의 여부장'이란 별칭을 가진 김미승(54) 씨에 대해 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10년째 달성습지 지킴이 활동을 해왔기 때문.

김 씨는 매년 달성습지를 찾아 야생동물 및 철새 먹이주기, 외래종 식물 제거 등 습지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자연보호 달서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최근 소속 회원단체 22곳의 회장단 30여 명과 함께 달성습지 야생동물 먹이주기 행사를 펼쳤다. 먹이는 협회에서 준비한 콩과 조 등 잡곡 95㎏가량이다. 연두색 조끼를 입은 김 씨는 야생동물이 자주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잡곡을 한 봉지씩 풀어 놓았다.

"달성습지에 사는 새들은 사람을 경계하지만 매우 친근감이 있어요. 먹이를 주려고 습지에 들어가면 날아가 숨었다가 먹이를 놓고 나오면 금세 날아와 먹이를 쪼아대곤 하거든요."

달성습지는 올해 17년 만에 멸종위기 2급인 재두루미 72마리가 날아와 장관을 이뤘다. 지금도 백로와 왜가리, 황로, 고니, 홍머리오리, 청둥오리 등 각종 철새들이 서식하며 겨울을 나고 있다.

김 씨는 철새들에게 해마다 먹이주기를 하고 있지만 늘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넓은 습지에 철새들은 많지만 주는 먹이는 항상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고 한파도 매섭게 몰아쳐 야생동물들의 월동은 여느 해보다 더욱 힘겹다. 김 씨는 이달 말쯤 철새들을 위한 먹이주기 행사를 한 번 더 가질 예정이다.

"달성습지는 외래종 식물들로 인해 토종식물이 사라지고 있어요. 습지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 외래종 식물 퇴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달성습지에는 외래종 식물인 가시박과 단풍잎 돼지풀 등 여러 종이 서식하고 있다. 가시박은 수양버드나무 등을 감싸 올라가며 말라죽게 한다. 김 씨는 달성습지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매년 3, 4차례 외래종 식물 제거 활동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외래종 식물들은 제거해도 번식력이 강해 되살아나는 등 퇴치에 어려움이 많다.

김 씨는 대구시가 달성습지에 생태공원, 생태탐방로, 생태체험장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걱정이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생태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오솔길 등 최소한 시설만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씨는 이외에도 다양한 자연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탄소포인트제 알리기, 음식물 찌꺼기 줄이기 등 거리 캠페인을 비롯해 동네 꽃밭 조성, 거리 낙엽 쓸기 등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달서소방서 코끼리봉사단 연합회장을 맡아 현장 보조와 복지관 급식, 장애인 나들이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음악대학 출신으로 첼로를 전공한 김 씨는 달서구립합창단에 20년 몸담고 있으면서 구민들에게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전하고 있다.

"누구한테 받는 기분은 잠깐이지만 주는 기분은 오래가지 않습니까. 달성습지에 주는 사랑이 이제 삶의 기쁨이 됐습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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