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 차는 많아도 쇼핑몰 안에 사람이 없어요."
이달 27일 오후 대구스타디움몰. 대형마트와 멀티플렉스 영화관, 의류매장, 식당가 등으로 구성된 복합쇼핑몰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1천여 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차들이 들어찼지만 영화관을 제외하고는 식당가, 의류매장에는 손님을 찾기가 어려웠다.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문을 닫았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월 넷째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쇼핑몰 1층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홈플러스가 문을 닫다 보니 쇼핑몰 내부는 폐업한 것처럼 썰렁했다.
이날 경산에서 영화를 보러 온 김연화(31'여) 씨는 "영화도 보고 대형마트에서 장도 볼 겸 스타디움몰을 찾았는데 홈플러스가 문을 닫다 보니 유령상가처럼 음산한 기운까지 돌더라"고 말했다.
대구시의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대구스타디움몰이 활기를 잃은 채 폐업하는 상가가 늘고 있다.
대구스타디움몰은 주말이나 휴일 대구스타디움을 찾는 4, 5만 명의 시민들에게 쇼핑 편의를 제공하고 주변 상권 개발을 위해 추진한 민자사업이다. 2011년 8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코앞에 두고 급하게 문을 연 스타디움몰은 20년간 민간 사업자가 운영한 뒤 대구시에 기부채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쇼핑몰은 대구시와 개발업자의 기대와 달리 지난 1년 반 동안 심각한 영업 부진을 겪었다. 운영업체의 적극적인 홍보와 대구시가 추진하는 민자사업이라는 점을 믿고 입점한 상인들은 적자에 허덕이며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업체들은 대형마트에다 시내면세점과 이벤트'문화 공연장까지 들어선다는 당초 계획에 '대박'을 기대하며 입점계약을 했다. 하지만 시내면세점과 이벤트'문화 공연장은 아예 들어서지 않았고 대형마트도 한 달에 일요일 두 번씩 쉬다 보니 영업손실이 막대하다. 4D'IMAX 시스템으로 운영될 계획이었던 럭셔리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평범한 영화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발업체는 연간 최소 450만 명의 쇼핑객이 다녀갈 것으로 자신했지만 나들이객이 몰리는 주말에도 쇼핑객이 기대치의 25%선에 머물고 있다.
110여 개의 매장이 들어선 쇼핑몰은 오픈 이후 14개 업체가 철수했고, 현재 7개 점포가 추가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문을 닫는 곳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 브랜드의 직영 매장이다. 일반 상인들은 계약을 위반하고 사업을 접으려면 6개월분의 월세와 관리비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사업을 접지도 못하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다 얼마 전 가게를 뺀 이 모 씨는 "날이 따뜻해지면 장사가 되겠지, 시가 추진하는 사업인데 그래도 믿어봐야지 하다가 1년 만에 사업을 포기했다"며 "결국 투자비 3억원을 손해봤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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