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제조업체 자금 조달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309개 지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지난해 말 자금 사정 실사지수(BSI)는 86으로 최근 5년 평균인 89를 밑돌았다. 특히 2011년 85~96을 오가던 자금 사정 실사지수는 지난해 80~88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한 번도 평균을 넘지 못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 내부뿐 아니라 외부 자금 조달 여건마저 나빠졌기 때문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 하락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역에 본사를 둔 59개 상장기업(제조업)을 대상으로 내부 자금 조달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조사한 결과, 철강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 전자'통신 업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6.2%를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3.7%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동차부품 업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4.3%에서 2%, 기계장비 업종은 7.8%에서 -0.2%로 내려앉았다. 반면 철강 업종은 4.7%에서 8.8%로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원화 가치 상승에 따라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원화 가치 10% 상승 시 지역 제조업체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변동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자'통신 업종은 -6.17%, 섬유 업종은 -4.5%, 자동차부품 업종은 -4.19%, 일반기계 업종은 -2.88%, 철강 업종은 -1.34%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최근에는 엔화 가치 하락까지 겹쳐 자동차부품, 철강, 전자'통신 등 지역 주력 업종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지역 제조업체의 내부 자금 조달 여건은 올 상반기까지 어려운 상태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직접 자금 조달도 어려워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외부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매출액 1천대 제조업체 가운데 지역에 소재한 94개 기업 중 2010년 이후 직접 자금을 조달한 경우는 16%인 15개 기업에 불과했다. 이는 직접 자금을 조달한 지역 제조업체 가운데 신용등급 A 이상인 기업이 7개에 불과할 정도로 신용도가 높지 않아 직접 금융 시장을 이용하기가 어려운 현실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국내 주식 및 채권 발행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도 한 몫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지역 제조업체들은 자금 조달을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지역 제조업체의 은행 대출 잔액은 작년 9월 말 23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8% 늘어났다. 하지만, 불황 여파로 금융권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역에 본사를 둔 41개 금융기관 여신업무 총괄 담당자를 대상으로 대출행태조사를 한 결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가 지난해 3분기 -3에서 지난해 4분기 -5, 올 1분기 -11로 하락했다. 대출태도지수는 값이 낮을수록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하겠다는 금융기관이 많음을 의미한다.
◆자금수급관리 강화해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기업 내외적인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제조업들은 자금수급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환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 무역보험공사가 지난해 말 지역 업체를 포함해 전국의 수출 중소기업 371개 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환리스크를 관리한다고 응답한 업체는 15%에 불과했다. 또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금융기관의 경우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가치와 성장성 등을 평가하는 여신지원 시스템을 확충해 유망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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