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작 통해 엿본 미국의 '생얼'…『미국을 만든 책 25』

미국을 만든 책 25/ 토마스 C. 포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모비딕' '주홍 글자' '허클베리 핀의 모험' '위대한 개츠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명작을 통해 본 미국에 대한 이야기다. 겉으로 보이는 거대하고, 화려하고, 풍족하고 힘만 센 미국이 아니라 내면 요새 말로 민낯 내지 '생얼'을 본 책이다. 여성의 지위를 절대적으로 신장시키고, 인구의 6분의 1이 노예였던 국가 태동기의 과거를 청산하고 흑인 대통령이 연임할 수 있는, 다양한 인종이 저마다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멜팅팟'.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참모습, 그 일단을 볼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영문학자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 토마스 C. 포스터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미국적 신화의 근원이 된 문학작품을 선별하고, 특유의 냉소적인 문체로 미국의 건국 역사와 민족적 특이성을 고찰한다. 선별된 25편은 미국 탄생 이후에 집필된 대중문학이고, 미국의 국가적 스토리와 미국인이 깊이 생각하는 관심사를 주제로 삼고 있다.

문학사적으로도 길이 남을 명작을 다루는 저자의 태도는 비평의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문학애호가로서의 인간미를 놓지 않는다. 제니스 모니스 쿠퍼, 너대니얼 호손, 루이자 메이 알코트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을 폄하하고 프랭클린 자서전의 허구를 폭로하는 독설의 진수를 보이는가 하면, 마크 트웨인, 윌트 휘트먼, 허먼 멜빌과 같은 작가들의 대작에 존경과 찬사를 보내며 독자로서의 진심도 숨김없이 드러낸다. 저자는 선별된 25편이 미국을 대표하는 고정불변의 책이 아니기에, 과거'현재'미래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미국문학의 특성을 상기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미국을 대표하는 책에 관한 자신만의 목록을 만들어 볼 것을 권유한다.

이 책을 두고 서울대 영문학과 김성곤 교수는 서평에서 "미국이란 무엇이며, 미국의 정신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문학이라는 불명의 도구를 통해 상술하고 있는 이 책은 미국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깨달음을 제공한다"고 평했고,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이 책은 미국 그 자체를 깊이 있게, 날카롭게,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문화적 프리즘 역할을 한다"고 극찬했다.

저자 포스터는 1975년 이래로 미시건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고전, 현대소설, 연극, 시, 작문을 가르치고 있다. 역자인 이종인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 성균관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번역의 완성도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25편의 문학작품은 다음과 같다. 프랭클린 자서전, 모히칸족의 최후, 주홍 글자, 월든, 모비딕, 풀잎, 작은 아씨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소년의 의지와 보스턴의 북쪽, 나의 안토니아, 위대한 개츠비,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피곤한 불루스, 몰타의 해, U.S.A., 분노의 포도,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내려가라 모세여, 오기 마치의 모험, 길 위에서, 모자 쓴 고양이, 앵무새 죽이기, 제49호 품목의 경매, 솔로몬의 노래, 사랑의 묘약.

저자는 이들 25권 중에 넣지 못한 작품들을 예우하기 위하여 15권의 목록을 추가로 준비했다. 거기에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 데이지 밀러, 오즈의 마법사,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호밀밭의 파수꾼 등이 들어 있다. 이들을 통해 오늘의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신화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490쪽. 1만7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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