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100세 어르신의 삶(2)

지난번 예천의 101세 할아버지와의 만남에 이어 다른 100세 어르신들의 삶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저 시골의 한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엿볼 수 있다. 무엇이 이 어르신들을 장수하게 하였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번에 방문한 할머니는 귀가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자제분과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가 100세가 되시다 보니 자제분도 70대 후반의 할아버지였다.

혼자서 노모를 돌보는 것이 무척 힘들어 보였다. 그런 할아버지가 안쓰러워 요양원을 알아볼 생각은 안 했는지 물어보았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으시며 나지막이 말씀했다. "한평생 이 동네에서 사셨고 어머니도 이 집에서 생을 마감하길 원하는데 자식 된 도리로 어찌 요양원에 보낼 수 있겠는가?"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는 어머니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마음에 뭉클해졌다.

근처에 102세 할머니가 사신다고 해서 방문했다. 마침 혼자 주무시고 계셔서 깨우기도 죄송해서 그냥 나오려고 하는데 기척을 느끼셨는지 기다리라고 소리치신다. 할머니는 옷을 차려 입고 모자까지 쓰고 우리를 맞아주신다.

할머니는 요즘 날씨가 추워서 가족들이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당부를 해서 집 밖 출입을 자제하고 있단다. 하지만 평소에는 바깥 출입도 잘하시고, 손수 빨래까지 하실 정도로 정정하시다. 귀가 잘 안 들리신다고 하면서도 우리들이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 그냥 웃으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우셨다.

70대 후반의 아드님에게 할머니가 이렇게 오래 사시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부지런함'이라고 답했다. "할아버지도 100세까지 살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니 "어머니 때문에 일찍 죽을 수 없다"고 답했다. 이 말에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0세에서 5세 아이들의 무상보육도 중요하지만 100세 이상 어르신들의 부양도 나라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70, 80세라면 자기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100세 어르신을 부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우리를 붙잡고 100세 할머니를 부양하는 한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내용이다. 100세 어르신의 삶 속에서 우리는 부지런함과 절제된 식생활, 낙천적인 ,그리고 장수하는 가족내력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장수의 비결이 결국은 개인의 몫일 수만은 없다. 결국은 가족의 돌봄과 함께 이 사회가 함께 장수의 비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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