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살아야 지방행복시대 온다] <1>극심한 침체, 서민경제 휘청

주택거래 절벽·이삿짐 업계 개점휴업 '돈脈 경화'

연관산업 효과가 큰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지방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대구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주택 경기 침체가 지역 밑바닥 경제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주택 경기 위축 여파는 상대적 소비감소와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를 침몰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는 소비동향과 민감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꺼지면 경제 전반에서 경고등이 켜진다"고 밝혔다.

◆주택 거래 감소 장기화

온나라부동산 포털에 따르면 작년 대구 전체 주택 거래량은 6만8천389건으로 2011년도 7만4천965건보다 8.7% 줄었다.

월별 주택 거래도 꾸준히 감소했다. 작년 9월 이후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주택거래가 12월까지 7천900여 건까지 늘었으나 12월 말 정책이 종료되면서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요자와 소비자의 엇갈린 기대심리가 주택 거래 실종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까지 대구는 부동산 호황기를 누렸지만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수급불균형을 낳았다. 평년 아파트 공급물량(1만2천여 가구)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3천여 가구가 공급된 탓이다. 이 와중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공급'수요 불균형은 가격 상승을 야기했다.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경북지사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지역 부동산 경기가 2010년 말부터 온기가 돌면서 오히려 거래 실종이란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했다.

◆연관산업 함께 얼어 서민경제 휘청

부동산 거래 절벽은 대구 경제 전반에 돈 흐름의 경화 현상을 불러왔고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가중시켰다. 집 한 채가 거래되면 중개업, 이사, 도배 등을 하는 수십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돈이 돌지만, 주택 매매가 실종해 이런 선순환 구조는 깨졌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공인중개사무소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3천여 곳의 공인중개사무소 중 지난해 폐업한 곳이 400곳에 이른다. 휴업한 곳도 40여 곳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는 기대하기도 어렵고 한 달에 한두 건 전'월세 계약 수수료를 받아봤자 월수입으로 100만원 올리기도 힘들다. 많은 공인중개사가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정도"라고 했다.

이 때문에 공인중개사들은 임대료 및 사무실 운영비 등을 아끼기 위해 사무실을 함께 쓰거나 이업종과 한 사무실을 쓰고 있다.

정용 공인중개사협회 대구지부장은 "요즘 공인중개사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경비를 아끼기 위해 출입구를 두 개로 하는 방식으로 꽃집과 세탁소, 마트 등 다른 업종과 사무실을 같이 쓰는 공인중개사무소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이삿짐 업계도 고사 직전이다. 한국포장이사협회 관계자는"이 사업 특성상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 많은데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의식주 등 기본적인 생활도 힘들어 하는 직원이 부지기수다"며 힘들어했다.

가구나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남구 대명동에서 10년간 장사를 해 온 박상배(53) 씨는 심각하게 폐업을 고민 중이다. 박 씨는 "한창 잘 나갈 때는 한 달 매출이 수천만원에 달했고 손에 쥐는 돈만 600만~700만원에 달했다"면서 "요즘은 매출이 과거 순수익보다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2012년 대구 주택 거래 감소에 따른 연관산업 피해

▷이사비용 : 매매건수 감소분 6천576가구×97만3천원(한국소비자원 발표 평균 포장이사 비용)=63억9천844만원

▷인테리어업계 : 매매건수 감소분 6천576가구× 0.1(열 집 중 한 집이 인테리어를 한다고 가정)×3천348만원(인테리어 협회 추산 85m형 아파트 전국 평균 인테리어 비용)=220억여원

▷중개업계 : 매매건수 감소분 6천576가구×200만원(통상 중개수수료 주인+입주자)=135억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