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수필-고기를 잡는 법

이원선(대구 수성구 중동)

1년여를 허리띠 졸라매고 돈을 모은 결과 캄보디아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앙코르와트(Angkor Wat)사원을 머리에 그리며 떠나는 여행길은 10년 전 태국 여행길의 밤잠을 설칠 때와는 달리 여유로움이 있었다.

도착하는 시간이 점심 때라 우리는 곧바로 인근 식당으로 향했고 차에서 내리는 우리 일행 앞에 뜻밖의 풍경 하나가 부푼 꿈을 안은 여행객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5~10살 정도의 또래 아이들이 쪼르르 몰려와 "1달러"를 외치며 길을 막아서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들을 피해 식당으로 들어와 차려진 음식으로 민생고를 해결했다. 걱정 반으로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 그들이 길을 막아 더욱 애타게 조른다.

이리저리 몸을 피해 보지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그들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나아가 조금 있자니 아기를 안은 아주머니까지 합세를 한다. 참으로 난감한 지경에 이른다. 그들을 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차에 오르는 일. 하지만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윽고 마음이 약한 몇몇은 천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여주며 어려운 상항을 모면해 보려 하지만 호기를 만난 그들은 옷깃을 움켜쥐며 앞길을 막아 두 손을 모은다.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는 지금 보고 있는 캄보디아의 모습이 1950, 60년대 미국인을 상대로 "기브 미 초콜릿"(Give me chocolate)을 외치는 우리들의 모습이란다. 그런 까닭에 돈을 안 주면 안 줬지 절대로 귀찮아하거나 윽박지르지는 말란다. 이어 당부하기를 지금 그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물고기를 주는 것이고 간단한 선물이나 공책, 연필 등을 주는 것은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기에 어느 방법을 택하느냐는 스스로의 판단에 맡긴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이후 우리 일행은 미리 준비한 간식용 컵라면 등을 그들에게 주었지만 과거를 돌아볼 때 가슴이 아리기는 매한가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