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이라기보다, 무슨 글쟁이라기보다 전사여, 전사!"라고 즐겨 말하던 시인이 있었다. 남미의 혁명 영웅 체 게바라를 사랑했던 김남주는 시를 변혁의 무기로 삼는 투쟁에 평생을 바쳤다.
1946년 해남의 땅끝 마을 부근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의 저항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입시위주의 획일적 교육제도에 반대해 자퇴한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전남대에 입학한다. 격변의 1970년대를 맞아 3선 개헌 반대, 교련반대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1973년 유신이 발표되자 지하신문 '함성' '고발'을 발간, 반공법 위반으로 투옥된다. 8개월 만에 풀려난 그는 고향 해남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습작을 하던 중 '잿더미' 등 7편의 시를 발표한다. 시인의 이름을 세상에 처음 알린 그는 시를 통해 현실의 억압과 모순을 뚫고 나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1979년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또 구속되어 15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세상과 또 한 번 이별하게 된다.
아홉 해가 지난 1988년 백발로 세상으로 다시 나왔으나 세상과의 인연은 길지 않았다. 1994년 오늘, 감옥을 전전하며 혁명과 투쟁의 시들만 남긴 채 49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떴다. 10년간 옥중에서 '나의 칼 나의 피' 등 250여 편의 시를 남겼지만, 쇠창살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그의 혁명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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