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도시 경쟁력은 '물'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물이 지닌 환경'문화'경제 가치가 갈수록 주목받고 있는 것. 이렇게 본다면 대구는 '축복받은 도시'이다. 낙동강, 금호강, 신천, 동화천 등 생태적으로는 물론 문화'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강과 하천을 가졌기 때문이다.
◆수달이 사는 도시
팔조령에서 침산동까지 27.06㎞에 걸쳐 흐르는 신천(新川). 신천은 단순한 하천이 아니라 '대구의 길'이다. 물이 흐르니 물길이요, 바람이 흐르니 바람길이다. 수달을 비롯한 갖가지 생물들이 사는 생태의 길이며, 사람들이 오가는 소통(疏通)의 길이기도 하다.
250만 명이 사는 대도시를 가로지르는 하천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산다는 것은 세계적 자랑거리다. 2004년 말 처음 관찰된 수달은 어느새 신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신천 생태계 복원은 수질 개선에서부터 시작됐다. 주변의 숲이나 큰 돌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자연형태로 보전해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만들면서 수질이 좋아졌다. 수질 개선으로 물고기가 돌아와 서식하면서 철새, 고라니, 너구리, 족제비, 수달 등이 모여들어 생태계가 살아났다.
신천에는 잉어 떼가 유유히 헤엄을 친다. 피라미, 갈겨니, 가물치 등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청둥오리, 고방오리, 논병아리, 백로, 왜가리, 황조롱이 등 18종 500여 마리의 새들도 신천에 터를 잡았다. 신천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수달'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신천은 살아 있다" "신천을 가진 대구는 참 복(福) 받은 도시이다"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서울이 자랑하는 청계천의 모델도 신천이었다. 청계천을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대구 신천을 벤치마킹했다. 1987년부터 10년 계획으로 '신천 되살리기 사업'을 시작한 대구시는 신천 둔치 19만900㎡에 잔디를 심었고, 14만6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오'폐수 유입을 막기 위한 관로 사업도 했다.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신천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공사도 했다. 무태동 신천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한 방류수를 9.1㎞ 상류의 상동교까지 하루 10만 t씩 퍼올려 다시 내려 보내는 대역사를 추진했던 것. 지산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한 방류수도 가창교 하류 용두보에 합류시켰다. 그 결과 신천은 푸른 물이 흘러내리는 생동감 넘치는 곳으로 변했다. 이렇게 탈바꿈한 신천을 서울 청계천이 모델로 삼은 것이다.
◆강'하천에 대구 미래 달렸다
경산을 거쳐 대구 동구로 흘러든 금호강은 대구 구간 41.3㎞를 흐른 후 낙동강으로 합류한다. 시인'묵객들이 입이 마르게 칭찬했던 금호강이지만 성장의 그늘 아래 한때 오염의 대명사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금호강은 생태하천 조성 사업을 통해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희망의 강으로 변모했다. 무엇보다 물이 많아지고 깨끗해졌다. 물 흐름에 영향을 주던 강바닥 토사가 정리되고 호안을 정비한 덕분에 평균수심 1.3m를 유지하고 있다. 콘크리트 고정보는 철거되고 수위 조절이 쉬운 고무재질 가동보가 만들어졌다. 홍수조절 기능과 수량 확보로 수질 개선은 물론 신천에 유지수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어종이 이용할 수 있는 생태적인 어도도 설치됐다. 물고기들이 늘어나면서 먹이를 찾는 동식물들도 함께 늘어났다. 수달의 은신처와 철새들의 보금자리 공간이 됐고 고라니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농작물 경작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아왔던 금호강 하천 주변은 꽃단지로 변모했다.
금호강은 이제 시민들이 즐겨 찾는 강이 됐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생기고 테마공원, 체육시설, 휴게시설이 설치됐다.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버려졌던 강이 사람과 동'식물이 공존하는 친환경적 강으로 바뀌면서 도시형 하천 정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낙동강과 금호강, 신천, 동화천 등 대구는 강과 하천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물의 도시'다. 오염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생태공간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강과 하천은 대구 발전을 이끄는 물줄기가 되고 있다. 강과 하천에 얽힌 스토리는 문화콘텐츠의 보물창고가 되고 있고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의 강과 하천이 지역 발전을 이끄는 쾌속선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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