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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SSM 의무휴업일 탄력 적용 '논쟁'

"원안대로 '일요일 2일' 휴업을"…"시장 환경따라 탄력운용 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탄력 적용을 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측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탄력 적용을 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측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김영오 대구시상인연합회 회장
김영오 대구시상인연합회 회장
이백승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 점장
이백승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 점장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연초에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 제한 범위가 현행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에서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로 2시간 연장됐다.

또 대형마트와 준 대규모점포에 대한 의무휴업일의 범위를 현행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에서 '매월 2일'로 했다. 단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데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탄력적인 적용이 가능한 부분이다.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상인들은 일괄적으로 일요일 2일 휴업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들은 지역에 따라, 상황에 따라 휴업일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뮤휴업일 탄력 적용을 두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전통시장과 대형상점 측의 의견을 들어본다.

◆김영오 대구시상인연합회 회장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만족하는가.

▶대선을 앞두고 지지부진했던 개정안이 새해 첫날 통과됐다는 점에는 일부분 만족스럽다. 하지만, 기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간 개정안 내용보다 다소 축소된 안이 통과된 부분은 안타깝다. 당초 개정안은 대형마트 휴무를 월 2회에서 3회까지 확대하고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기존 유통산업발전법보다 강력해진 내용이었지만 새누리당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맞벌이 부부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을 이유로 영업제한 시간을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로 조정하자고 주장하면서 개정안 통과도 늦어지고 내용도 축소됐다.

특히 대구지역은 이미 지자체 조례에 의해 둘째, 넷째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하고있는 상황이라 개정안 통과가 큰 의미가 없어 유통법으로 골목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던 소상공인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일부 지역 대형마트의 경우 의무휴업 탄력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국상인연합회를 비롯한 시장상인들과 골목상권 상인들은 꾸준히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일괄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구지역에 현재 유지되고 있는 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휴업 외에 다른 날에 문을 닫게 하는 탄력제는 조심스럽게 논의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탄력 적용을 원하는 곳이 있다면 지자체 차원에서 면밀한 사전 검토와 함께 상생협의회의 위원들의 동의를 통한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나 SSM보다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최대한 배려한 결정을 내려야만 유통법의 본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파주의 사례도 전통시장의 처지에서 휴업일을 탄력적용 했는데 대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시장과 상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고자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측이 주장했던 것보다 다소 축소돼 대형마트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와 같은 구호를 내세우는 만큼 대형유통이 전통상권을 위협하지 않도록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며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대형마트와 SSM뿐 아니라 전통시장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대형규모 점포들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사실상 소규모 전통시장들의 경우 대형마트와의 경쟁보다는 이런 대형규모 점포에 의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앞으로 좀 더 현장의 의견을 담아 진정한 의미의 상생 발전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백승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 점장

-영업시간 변경과 의무휴업일을 2일로 확정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으로 유통법 자체는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상공인 간 상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규제 덕분에 대형마트는 엄청난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도 공휴일을 포함한 월 2회 의무휴업이 명시된데다 영업시간 규제도 늘어난 만큼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애초 개정안보다는 합의 과정에서 강도가 다소 약해진 만큼 대형 유통업체들도 받아들일 만 하다는 분위기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중소 유통업체들의 모임인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 마련한 상생 안에 따라 월 2회 자율휴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게다가 휴일 의무휴업도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있으면 조정이 가능하다는 별도의 단서조항을 둔 만큼 추후 협의 과정에서 매장별 상황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희망이다.

-의무휴업 탄력적 적용이 필요한 이유는.

▶모든 대형 마트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외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특수한 지역에 있는 대형마트나 SSM이 많은데 나들이객들이 모이는 앵커시설에 위치한 경우 이곳이 문을 닫아버리면 인근 골목상권이 오히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탄력적 적용을 시행하는 곳도 이미 있다.

경기도 파주의 경우 대형마트 3곳과 SSM 22곳은 5일장이 열리는 장날에 맞춰 평일과 휴일에 관계없이 의무휴업일을 지정했다.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이 만든 상생협의회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다. 무조건적인 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휴업이 상생을 위한 정답은 아닌 셈이다.

이번 개정안에도 지자체 차원의 상생협의회를 통해 탄력적 의무휴업 적용이 가능하도록 한 만큼 주변 소상공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역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에는 평일 휴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구스타디움몰 내 대형마트에 의무휴업 탄력 적용이 필요한 이유는.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몰점의 경우 일요일 의무휴업이 오히려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디움몰 내에는 홈플러스 외에도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100여 개가 넘는 상점들이 있다. 스타디움몰은 주변에 스타디움, 대구미술관 등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주거지에서 떨어져 있는 위치적 특성상 주로 주말에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이 때문에 쇼핑몰도 주말 손님이 대부분인데 매장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홈플러스가 닫는 일요일이면 평일만큼도 손님이 없는 수준이라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크다. 이곳에서는 유통법이 소상공인들에게 역차별인 셈이다.

또 스타디움몰 주변에는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등 주변 상권이 없는 상황이라 쇼핑몰 내의 소상공인과의 상생이 중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수성구청 상생협의회를 통해 탄력적 적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협의회가 스타디움몰 측 의견은 들어주지 않고 있어 100여 명의 소상공인들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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