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마∼ 저 아저씨 왜 저래? 한국드라마 정상인이 없네

점입가경 자극적 영상물

TV를 켜면 어김없이 막장 드라마를 접할 수 있다. 드라마
TV를 켜면 어김없이 막장 드라마를 접할 수 있다. 드라마 '착한남자'의 한 장면.

'배신'복수'이혼'불륜'살인'자살'간통'근친상간'인신매매'아동 성폭행'배다른 자식 등'.

대한민국 주부들의 전유물은 살림살이와 드라마다. 그런데 드라마 소재가 문제다. 갈수록 자극과 충격으로 흐르고 있다. 시청률에 목을 매다 보니 시청자의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스토리로 보편적 정서를 깨뜨리는 내용과 영상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영화 역시 드라마를 능가하는 폭력적'자극적'충동적인 내용이 대다수다. 특히 TV 드라마와는 달리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속사포처럼 쏟아지고, 화면은 잔인함의 극치를 달린다.

하지만 대한민국 영화'드라마는 불안한 국민정서를 감안해, 잠시 숨을 골라야 할 때다. 대경대 연극영화방송학부 김건표 교수는 "영화'드라마가 관객 수와 시청률에 목을 매, 관심을 끌기 위해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것은 인위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국민 정서를 순화시키는 감동적이고 휴머니티가 넘치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만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석배 대구연극협회장은 "연극에서는 감히 상상 못 할 장치들이 영화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폭력적'자극적 흐름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국 TV드라마의 아이콘 '막장'

주부 옥영혜(65'대구시 서구 중리동) 씨는 최근 TV드라마를 보다 개탄을 금할 수 없었다. "가슴 따뜻한 내용을 찾아보기가 힘이 듭니다. 월화 또는 수목 드라마는 전부 이혼과 간접 살인, 피를 부르는 복수 등이 동반돼 있고, 주말 드라마도 정서적으로 소화하기 힘든 내용이 많습니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어김없이 자극적인 내용이다. 사랑과 배신, 살인, 처절한 복수가 이어진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송중기'문채원 주연의 '착한 남자'는 죽도록 사랑하는 남녀가 있었지만 여자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남자를 배신한다. 여자의 배신을 알아차린 남자가 복수를 계획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권상우'수애 주연의 드라마 '야왕'은 '착한 남자'보다 더하다. 수애는 성폭행을 한 의붓아버지를 죽이고, 출세를 위해 자신의 살인죄를 덮어써준 남편을 배신한다. 정적 관계에 있는 김성령의 애마까지 간접 살인하며, 한눈을 팔아 딸까지 죽게 한다. 그리고 권상우는 딸에 이어 쌍둥이 형마저 죽게 되자, 변호사인 그 형으로 인생을 바꿔서 수애에게 복수한다.

'인어아가씨' '아내의 유혹' 등 '막장' 레퍼토리는 이미 대한민국 드라마의 대세가 되었다. TV 평론가들은 "막장 드라마는 전업 주부의 목마름이 만들어내는 신기루"라며 "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막장'은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상상 초월, 폭력'욕설 난무 영화판

1천만 명이 넘게 본 영화 '친구'에서 배우 장동건의 명대사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어릴 적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지만 깡패 세계의 배신과 비열함 속에 마지막 장면에서 수십 번씩 칼에 찔리면서 내뱉은 말이다. 이후 충격적인 폭력이나 살인, 집단강간, 아동 성폭행 등을 다룬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악마를 보았다' '나는 살인범이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생시대' '돈 크라이 마미' '도가니' 등 상상을 초월한 살인과 반전 그리고 폭력과 욕설이 난무한다.

영화 '돈의 맛'은 초상류층 사회의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배신과 살인, 청부 폭행, 성욕 등을 여과 없이 담아냈다. 한 사람의 생명쯤이야 특정인의 욕망과 욕구를 위해서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그려진다. 청소년 및 젊은 층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임창정'최다니엘 주연의 '공모자들'은 여객선 상에서의 장기밀매를 다루고 있다. 특히 남편이 장애가 있는 아내를 장기밀매에 떠넘기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윤리적인 내용이다.

영화판의 자성이 촉구된다. 오죽했으면 배우의 입에서 '다시는 이런 영화를 찍지 말자'는 말이 나왔을까. 배우 최민식은 영화 '신세계'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오늘 처음 봤다. 정말 피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주제가 어둡고 표현이 자극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표현 수위에 있어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 등이 여지없이 등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 달 총관객 수가 2천만 명을 넘어선 지금, 가슴 따뜻한 휴머니티 영화는 사라지고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영화만 판을 치는 시대는 잠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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