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헤르만 헤세 지음/홍성광 옮김/현대문학 펴냄
책 소개 이전에 헤르만 헤세에 대해 알아보자. 독일 출신으로 '데미안'의 저자 정도로 답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조금 더 알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 단계 더 나아가면 85세에 생을 마감했고, '유리알 유희' '수레바퀴 밑에' 등의 유명한 작품도 있었다는 것을 아는 문학도들이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부처의 일생을 다룬 '싯다르타'도 그의 작품이다.
독일이 낳은 자랑스러운 소설가 헤세에 대해 조금 더 파고들자. 대문호라면 그렇듯 역시나 순탄치 않은 삶이었다.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시인이 되고자 신학교에서 뛰쳐나왔으며, 15세 때 자살을 기도해 정신병원에서 요양을 했다. 시계공장과 서점에서도 일했다. 20대 초반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페터 카멘친트'를 발표했다. 이후 자신의 질풍노도 청춘기가 투영된 '수레바퀴 밑에' '데미안' '황야의 늑대' 등을 발표해 일약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1943년에는 12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 '유리알 유희'를 발표했으며, 이 작품으로 3년 후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다.
헤세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는 이쯤 해두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 책에 의하면 인도 카스트 4가지 신분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승려 계급인 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최상의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다. 아버지는 영특하고 지식욕에 불타는 아들을 볼 때마다 기쁨에 넘쳤고, 아들이 위대한 현인이자 사제로, 그리고 모든 브라만의 우두머리로 자라날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는 힘차고도 잘생긴 아들이 매끈한 다리로 걷거나 앉거나 일어설 때, 품위 있고, 예의 바르게 인사드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환희를 느꼈다.
이 책에는 싯다르타에 대해 이런 찬사를 하고 있다. '광채 나는 이마와 왕자 같은 눈매, 늘씬한 허리를 지닌 싯다르타가 도시의 거리를 지나갈 때면 브라만의 젊은 딸들의 가슴속엔 사랑의 감정이 용솟음쳤다.'
이처럼 싯다르타는 어릴 때부터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는 원천이었고, 존재 자체가 기쁨이었다. 하지만 싯다르타 자신은 기쁘지 않았고,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지 못했다. 그의 정신은 만족을 얻지 못했고, 영혼은 안정을 얻지 못했다. 싯다르타는 삶의 진정한 구원과 생의 깨달음을 찾아 고행의 길을 나선 것이다.
어린 시절 신학도였다 시인이 되고자 신학교를 뛰쳐나온 헤세가 영광을 뒤로한 채, 구도의 길을 찾아나선 싯다르타의 삶에 호기심이 꽂힌 것은 아마도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나온 명작이 바로 '싯다르타'다. 218쪽, 9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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