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대아 불법대출' 이유있는 비난

포항의 대표기업인 대아그룹과 삼일그룹이 각각 운영하고 있는 대아'대원상호저축은행과 삼일상호저축은행이 불법대출 혐의로 검찰 수사(본지 5일자 5면 보도 등)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두 기업 모두 같은 비리를 저질렀는데, 차가운 시선이 주로 대아그룹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황인철(57) 대아그룹 부회장이 불법 대출 받은 돈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나이트클럽(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인수 및 운영자금으로 썼다(본지 12일자 4면 보도)는 정황이 검찰의 압수수색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간 나이트클럽 땅이 대아그룹 소유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포항을 대표하는 기업이 유흥'향락사업에 직접 손댔을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 대아그룹의 상당수 경영진조차 황 부회장이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대아그룹 한 관계자는 "교육사업 등을 통해 깨끗한 기업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했는데, 나이트클럽 운영이 웬말인가 싶다"며 "불법대출에 대한 비난보다는 이 돈을 유흥산업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려 했다는 것이 더욱 혹독한 쓴소리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의 한 기업인은 "대아그룹은 대구경북에서 보기 드문 자금력을 보유한 기업이다"며 "그런 기업이 왜 나이트클럽을 직접 운영하며 돈을 벌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아와 삼일은 '불법 대출'이라는 같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삼일 측은 "저축은행의 부실경영을 막기 위해 돈을 썼다"고 일찌감치 소명 자료를 검찰에 내면서 압수수색을 면했다.

한 시민단체 회원은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면 적어도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있어야 한다. 이를 구분하지 못했기에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삼일과 대아에 대해) 이중잣대가 적용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포항의 1등 기업인 대아그룹이 돈만 1등으로 벌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방식과 사회공헌 등에서도 1등을 했으면 하는 게 포항 시민들의 바람이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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