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대구가 부리고 돈은 서울이 챙긴다.'
대구시가 오는 10월 세계에너지총회와 2015년 세계물포럼 등 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했지만 행사 진행을 서울업체가 독식했거나 앞으로도 독식할 것으로 예상돼 대구의 국제행사 유치가 '속 빈 강정'에 그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국제행사를 열기 전에 행사 진행을 총괄할 국제회의 기획사(PCO)를 입찰하는 데 조건이 까다로워 지역의 PCO들은 참여가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
더 큰 문제는 서울 PCO가 선정되면 행사 진행의 모든 부분을 지역 업체가 아닌 서울 업체들에 맡겨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행사 예산이 고스란히 서울로 유출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계는 대구는 장소만 제공할 뿐 실속은 서울이 챙긴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행사는 '서울 업체 잔치'
오는 5월 엑스코에서 열리는 '2015 세계물포럼 킥오프 미팅'을 준비하고 행사를 진행할 PCO 입찰이 최근 있었다. 심사 기준으로 국제회의 수행실적 3억원 이상이 10건 이상인 업체에 5점을 부여하거나 재직 인력이 30명 이상이면 5점을 주는 등의 조건이 제시됐고 5억여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킥오프 미팅 사업자는 결국 서울 업체가 선정됐다.
지역 PCO 한 관계자는 "보통 3, 4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심사기준은 국제행사 경험이 많고 규모가 큰 서울 업체들이 선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2015년에 열리는 세계물포럼을 앞두고 2, 3차 입찰이 잇따라 진행되는데 앞으로도 서울 업체가 독식할 공산이 크다는 것.
일반적으로 국제행사는 턴키 방식으로 PCO에 맡기는데 서울 업체가 선정되면 행사 준비 및 진행의 모든 사항들 또한 서울의 관련 업체에 맡긴다는 점도 문제다. PCO 예산은 초청비와 홍보비, 인쇄비, 현장진행비, 공연, 주문제작비, 사무국 운영비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PCO가 행사를 총괄하면서 별다른 기술이나 노하우가 필요없는 사항들까지 서울 업체들에 위탁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10월에 열리는 대구세계에너지총회의 PCO로 선정된 서울 업체는 여행 상품을 서울의 한 여행사에 맡겼다. 지역 PCO 업계는 "기존의 사례를 보면 서울 여행사들은 대구 관광 상품보다는 우선 돈이 되는 제주도 상품이나 부산 상품을 판매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이 때문에 행사 참가자들이 대구에서는 공식적인 행사만 하고 관광은 다른 지역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곤충학회 때도 서울 여행사가 관광을 맡아 대구경북 관광 상품은 거의 팔지 않고 제주도나 부산 관광 상품을 파는 데 집중했다고 지역 PCO 업계는 전했다. 심지어 공연 팀까지 서울에서 내려오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PCO들은 대구에서 국제행사가 열려도 '그림의 떡'이다. 행사 진행 노하우를 쌓을 기회가 적다 보니 실적 등의 기준에서 서울 업체에 밀려 행사 참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제행사도 지역 업체보다는 서울 업체들의 '잔치'가 되면서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떨어지고 있다.
◆대구시의 의지와 관심 부족
대구시는 세계에너지총회나 세계물포럼 등 국제적인 행사는 국가 기관이나 전국 규모의 단체가 주최를 하다 보니 PCO 선정이나 행사 진행과 관련해 시에서 관여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경제계는 시의 의지와 관심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물포럼을 주최하는 한국물포럼 또한 국토해양부 산하 단체라 시가 꾸준히 설득 작업을 통해 얼마든지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
지역 경제계는 행사 총괄은 서울 PCO가 맡더라도 각 구간별로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참여하도록 하거나 행사 사업은 서울 업체와 지역 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 나아가 시에서 행사를 유치하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행사 진행의 일정 부분을 지역 업체가 참여토록 하는 조례를 신설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PCO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이나 전국체전 등의 대형 행사에서 보듯 주력 PCO 는 국제행사 경험이 많은 대형 업체가 맡더라도 지역업체가 일정 비율(40%)을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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