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여 원을 들인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이자 가장 큰 논란을 빚은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1월 17일 감사원이 4대강 보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감사원은 보 설계'시공에 문제가 있어 바닥보호공 손상 등이 발생하고 수압에 대한 검토가 미흡해 수문 작동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보 본체의 균열과 누수가 재차 확인되면서 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와 대구환경운동연합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4대강 보의 안전성 논란에 있어 설계'시공부터 잘못됐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
▶4대강 보는 댐 방식으로 설계'시공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소규모 보 기준을 적용했다. 하천설계기준을 보면 기초지반으로부터 고정 보 마루까지가 15m 이상이면 댐으로 본다. 4대강 보는 기초지반인 암반에서부터 30m가 넘는 보도 있다. 창녕함안보가 그런 경우인데 이곳의 모래층이 상당히 깊다 보니 모래 위에 강철 파일을 박아 그 위에 보를 얹혔다. 모래 위에 댐을 세운 것이다. 그러니 보의 누수, 균열, 파이핑 현상 등 수많은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세굴 현상과 빠른 유속 등으로 일부 보의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이 유실됐다. 보 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물받이공은 보 본체와 바로 붙어 있는 40~80m에 이르는 콘크리트 바닥 구조물이다. 하류로 내려가면서 물받이공에 이어 강바닥에 보호공이 깔려 있다. 이들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은 수문을 통과한 강한 물살에 의해 강바닥이 파이는 세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매년 계속해서 균열이 일어나고 유실되고 있다. 이는 강바닥의 세굴 현상이 계속해서 진행돼 세굴이 보 본체 아래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굴 현상이 계속된다면 엄청난 무게의 보 본체를 받치는 모래층 등이 거의 사라져 보가 그대로 주저앉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이 유실된다는 것은 보의 안전에 치명적이란 것이다.
-수압과 진동에 대한 검토가 미흡해 수문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수문이 너무 크고 무겁다. 구미보는 수문 무게가 660t에 이른다. 무거운 수문을 들어 올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구미보에서는 지난해 가을부터 수문에서 물이 새고 있다. 수문과 콘크리트 구조물의 아귀가 맞지 않거나 콘크리트 구조물의 일부 변형이 온 것으로 의심된다. 정부에서 해명하는 수밀고무만의 문제라면 다른 보에서도 누수가 발생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민주통합당 이미경 의원이 합천창녕보의 우안 첫 번째 수문에 이상이 있다는 제보를 듣고 한국수자원공사에 수문을 활짝 열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고작 50㎝만 열고서 이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장마철에도 수문을 활짝 열지 못해 강한 수압으로 구조물 상부의 일부가 변형되기도 했다.
-보 본체 구조물에 균열과 누수 현상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안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거의 모든 보에서 2011년 겨울 무렵부터 발생한 누수가 올해도 그대로 재현됐다. 누수는 보 본체 틈으로 강물이 들어가면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게 들어간 강물이 겨울철에 팽창하면서 보 본체에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 그 균열이 심해지면 보가 붕괴될 수도 있다. 또 파이핑 현상으로 보 아래로 물길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심각해지면 보가 그대로 붕괴될 수 있는 심각한 현상이다. 파이핑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댐인 4대강 보를 소규모 보 방식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모래층에다 강철 파일을 박고 그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다 보니 강철 파일의 틈으로 강물이 비집고 들어가면서 물길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 증거로 합천창녕보 좌안 둔치가 함몰됐고, 고정 보 마루 아래로 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칠곡보는 보의 수직 이음새 부분의 균열을 감추기 위해서 철판을 덧씌우기도 했다.
◆진광호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중부물관리센터장
-댐 기준을 적용해 보를 설계'시공해야 하는데 소규모 보 기준을 적용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4대강 보는 높이가 15m 미만의 구조물에 적용하는 하천설계기준에 따라 적합하게 설계하고 시공했다. 다만 바닥보호공은 명확한 설계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은 분야다. 그래서 시공 이후에 일부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 되는 등 미비점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닥보호공은 여러 개의 작은 구조물이 서로 분리돼 외부 힘에 의해 변형이 일어날 수는 있는 굴요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구조물 자체의 파괴는 잘 일어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앞으로 하천 바닥의 변화를 고려해 주의를 기울여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보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세굴 현상과 빠른 유속 등으로 일부 보의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기도 했다. 이후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에 대해 보수공사를 했지만 임시방편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보의 기초는 암반 위에 놓여 있는 '직접기초'의 형태이거나 콘크리트 또는 말뚝을 암반에 견고하게 고정한 상태로 지지하고 있다. 바닥보호공이나 물받이공은 유실된 곳이 있지만 보 본체와는 분리된 구조물들이어서 보는 구조적으로 안전한 상태다. 다만 장기적으로 강바닥의 변화에 따라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보 본체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보강작업을 이미 벌였다. 보강 공법은 전문가 자문 결과에 따라 결정됐다.
-수압과 진동에 대한 검토가 미흡해 수문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있었다. 가동 보가 물과 접촉하는 면이 많아 물의 하중이 커 문을 여닫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수문이 커 보강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감사원 감사 때 수문 설계 수위가 적절하게 적용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지적 사항은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앞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진동 영향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별도 학술 용역을 실시해 어떻게 조치할지 결정하겠다. 수문을 여닫을 때 전해지는 하중은 수문 자체의 무게와 각종 마찰력에 영향을 받는데, 보 설계 때 이런 점을 감안해 안전율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에 현재 수문을 열고 닫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4대강 수문은 유지'관리 목적으로 개폐가 가능하도록 설계에 반영돼 있다. 그래서 수문 크기와 관계없이 필요할 때 사용은 물론 유지'관리와 점검, 보강이 가능하다.
-보 본체 구조물의 균열과 누수가 보 본체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는데?
▶보의 균열과 누수는 보 안전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다. 전문가 자문을 거쳐 적정 공법으로 이미 보수를 완료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파이핑 현상은 발생한 사실이 없다. 2011년 12월 한국시설안전공단과 지난해 3월 특별점검단이 각각 점검한 결과 콘크리트 강도와 구조적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은 한 번에 타설할 수 없어 여러 차례 나눠 타설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시공 이음부가 발생하고, 이 시공 이음부에서 일부 발생하는 가벼운 누수는 일반 댐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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