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심명필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2015년 대구물포럼 통해 4대강사업 성과 세상에 알려질 것"

"4대강 보의 본체는 암반기초 또는 파일 기초위에 건설되었고 파일 기초의 주변에는 하부 물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쉬트 파일을 설치하였으므로 보의 안전이나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임기를 한 달여 앞둔 지난 1월 17일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보의 품질과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한 데 대한 심명필(62)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의 반박이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추진하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년여 동안 22조2천여억원을 투입한 이 정부 최대의 국책사업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뒤늦게 "16개 보 중에서 11개 보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불합리한 수질관리로 수질악화가 우려되는 한편, 비효율적인 준설계획으로 과다한 유지관리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자 국토해양부와 정부가 감사원 감사를 검증하겠다며 정부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퇴임을 앞둔 이 대통령은 19일 고별 대국민담화를 통해 "퇴임 후 꽃피는 계절이 오면 4대강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우리 강산을 둘러보고 싶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취지를 (박근혜 정부도) 계속 살려 나가야 한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강한 애착을 표시했다.

심 전 본부장은 지난 4년여 간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장(장관급)을 맡은 총괄책임자였다. 인하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로서 한국수자원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가 4대강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그를 만나는 것은 정부의 입장만 듣는 논란을 자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교수의 신분으로 되돌아간 그에게 4대강 사업의 공과(功過)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듣는 것은 자칫 '변명'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했다.

4대강 사업 추진을 책임진 장관급 본부장 자리에 고위공무원이 아닌 대학교수를 발탁'기용한 것은 정부가 대형국책사업을 추진한 이후 유례가 없었다.

그는 "오랫동안 방치됐던 우리의 강을 살리고 미래의 물 위기에 대비하는 사업의 총괄책임을 맡게 된 것은 소명이라 생각했고 대학에서 30년 이상 가르치고 연구한 수자원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갖고 많은 전문가들의 지혜와 경험을 결집하고 실무에 적용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보람이 있었다"면서도 "감사원의 과장된 발표로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된 점은 안타깝고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의 안전성 논란과 관련, "(4대강에 건설된) 보는 3개 부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주요 구조물인 보가 있고 그 앞에 물받이공과 바닥보라는 2개의 부속구조물이 있다"며 "(감사원의 지적은) 여기에서 생긴 문제이며 바닥보는 경우에 따라 쓸려 내려갈 수도 있다. 주어진 기간 안에 마치려다 보니까 미흡한 일이 발생했다. 잘못이 있었지만 보완을 하면 되는 문제이며 보의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을 당장 평가하기는 이른 것 같다. 당사자로서 4대강 사업에 대해 평가해본다면.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이라는 한 가지 목적으로만 추진된 것이 아니다. 풍부한 물 확보로 가뭄에 대비하는 등의 다목적 하천사업이었다. 수변공원과 자전거도로, 오토캠핑장 등을 통해 여가문화를 조성하는 등의 목적도 있었다. 미래에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활성화와 관련 산업의 발전 및 국민들의 삶의 질 제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 중에서 합리적인 부분은 반영했다.

검증과 평가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과를 따지려면 최소한 몇 년은 지나야 한다. 홍수예방 효과는 있었다. 가뭄해소도 일부에서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고 4대강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물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학자로서 4대강 사업을 총괄 추진하게 되면서 겪게 된 어려움은 없었는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처음 이 일을 맡게 된 것은 지금껏 정부가 우리 강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고 홍수가 나면 제방을 쌓고 (강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공언하다가도 햇볕이 나면 급한 일부터 한다며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 일은 제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계획한 기간을 하루도 넘기지 않았다. 예산을 한 푼도 더 쓰지 않았다. 다른 국책사업들은 기간은 물론, 예산도 크게 넘었다. 인천공항이나 경부고속철도 사업이 다 그러지 않았나."

-4대강 사업은 대운하 대선공약으로부터 시작됐다. 대운하사업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었나.

"(대운하사업에 대해) 반대하지도 찬성하지도 않았다. 강(江)의 역할은 여러 가지다. 홍수 방지는 물론 물을 이용하는 이수(利水)도 있고 생태환경과 친수(親水)기능도 있다. 수력발전도 있고 배를 통한 물류수송과 이동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강에는 배가 다니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강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나도 동의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운하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경제성도 좋지 않았다. 한국수자원학회장을 할 때였는데 회원들에게 조사연구를 해보라고 했다. 학회에서 대운하 관련 심포지엄을 했는데 대운하를 지지한 것이 아니라 대운하의 장단점을 알려주자는 취지였다."

-4대강 사업 초기에는 대운하의 전단계라는 의심을 많이 받았다.

"이 대통령이 2008년 6월쯤에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대운하를)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해 12월 4대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 때도 (이재오 의원 등)일부에서 대운하를 추진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한 것이 사실이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2년 정도는 계속해서 대운하를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이 대통령의 애정이 깊다. 수시로 보고하고 챙겼지 않았나.

"몇 달에 한 번씩은 청와대에 들어가서 보고했다. 수시로 전화를 하곤 해서 늘 전화기를 지니고 다녔다. 궁금한 사안이 생기면 즉시 전화를 하셨고 격려도 하셨다. 언제 전화할지 몰라서 늘 긴장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추진본부를 해단하기 전에 이 대통령께서 추진본부 간부와 자문위원들을 모두 불러 식사를 하면서 격려하셨다. 그 외에도 수시로 불렀다. 오늘(22일) 장'차관급 고별 만찬에서도 뵐 예정이다."

-감사원 감사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감사원이 독립기관이긴 하지만 감사원의 보도자료는 문제가 있었다. 양건 감사원장이 국회에서 총체적 부실이라고 적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언론이 그렇게 쓰도록 단초를 제공한 것은 사실 아닌가. 감사원이 지적한 3개 보의 안전성 문제는 대부분 미리 조치를 했거나 4월까지는 보강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양 감사원장은 이 정부에서 권익위원장으로 일하다가 이 대통령께서 다시 감사원장으로 발탁한 분 아닌가."

-박근혜 정부에서 추가적으로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가.

"지류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4대강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지류 사업과 연계할 경우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을 계기로 2012년부터 국가하천 전체에 1천997억원, 4대강 본류에 1천368억원의 유지 관리비 국고예산이 지원되고 지자체와 국토유지 사무소에 관리인력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유지관리 시스템이 조기에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차기 정부에서도 하천에 관심을 갖고 관리해 나간다면 더욱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태국 등 외국에 수출하거나 북한 하천을 개발하면서 남북교류 활성화의 계기로 활성화하는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4대강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미 태국의 홍수예방사업에는 우리가 참여하게 됐고 모로코와 페루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 하천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료가 없다. 얼마 전 미국 수자원학회지에 북한에서 열린 북한의 하천 개발과 관련한 국제회의가 실렸더라. 북한의 민둥산으로 인한 하천개발이 시급하다고 했다. 정말로 4대강 사업이 필요한 곳은 북한이다. 지금은 북한의 핵문제 때문에 타이밍이 아닌 것 같은데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북한 하천에 대한 4대강 사업을 통해 민둥산에 나무를 심고 준설을 하고 댐을 건설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물론 남북 간 신뢰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북한의 하천 역시 우리 하천이다. 특히 임진강과 북한강 등 남북이 공유하는 하천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이 사업을 통해 남북교류를 활성화시켰으면 좋겠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대학으로 돌아왔다. 2015년 대구경북에서 개최되는 '제7차 세계 물포럼'의 성공을 위해 세계물포럼 국제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최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운영회의에도 참석했다. 이 물포럼을 통해 4대강 사업의 여러 성과를 세계 물 관련 전문가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물포럼 때는 가까운 강정고령보와 낙동강에서 직접 4대강 사업의 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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