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 주민들이 건강하고 안녕하도록 보살펴 주시옵고 나라와 안동지역이 평안하고 복덕만 가득하기를 축원하나이다."
23일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정월 대보름 전야가 깊어지고 휘영청 달이 솟아오를 때쯤 이 마을에는 독특한 마을 제사가 눈길을 모았다. 청량산과 낙동강 자락에 자리한 이 마을은 '공민왕 딸 신'을 모시는 부인당 동제를 600여 년 동안 지내고 있다.
이날 밤 10시쯤 주민들은 풍물패를 앞세우고 마을 중앙을 한 바퀴 돌며 신들을 불러들이는 신명풀이로 동제 의식을 시작했다. 화톳불이 붙여진 부인당 마당에는 가사리'쏘두들'올미재 등 가송마을 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동제의 당주를 맡은 금교성 씨는 "가송리 동제는 다른 지역과 달리 풍물을 앞세우고 전체 주민들이 참여한다"면서 "길굿과 유교식 제례, 신풀이, 마을회의 순으로 동제를 지낸다"고 말했다.
이날 안동지역에서는 이 마을 공민왕 딸당(부인당) 동제를 비롯해 ▷도산면 원천리 왕모산성 내살미 왕모당 ▷예안면 신남리 정자골 며느리당 ▷신남리 구티미 딸당 ▷안동시 용상동 공민왕당 ▷풍산읍 수리 국신당 등 6곳에서 공민왕과 그 가족을 모시는 동제가 열렸다.
권영세 안동시장도 이날 자정 안동 웅부공원의 800여 년 된 느티나무에서 '안동부 신목 고유제'를 올렸다. 이 신목은 높이 15m, 직경 2m의 거대한 나무로 조선 초기부터 고을 책임자가 직접 고유제를 올려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예부터 안동에서는 안동부사나 군수가 부임하거나 퇴임할 때 안동 고을만이 갖고 있는 특이한 의전(儀典)행사로, 안동의 신목에 당제를 지내왔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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