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미협 새 집행부 출범에 대한 고언

새 정부가 출범하는 며칠 앞서 한국미술협회의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였다. 회원들의 직접투표에 의해 선출된 이사장이 이끌어갈 새 집행부 출발에 환영의 박수를 보내면서 몇 가지 바람을 전해본다.

먼저 선거에 공헌한 정도에 따라 집행부의 자리가 결정되지 않았으면 한다. 임기 동안 회의 한 번 없는 껍데기뿐인 각종 위원장, 위원 등의 감투가 왜 그다지 많은지? 사심 없이 진정으로 자신의 이상에 맞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의 당선을 위해 헌신했다면,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역할을 끝내야 한다. 물론 그들 중 정말 자질과 능력이 있어서 어떤 역할이든 협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굳이 배제할 이유는 없다. 측근이라는 이유로 특혜가 주어져서도 아니 되지만 능력 있는 사람이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협회 관련 행사의 성공 여부를 논할 때 참여한 인원수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지원금을 받아 행사를 주관하는 협회 처지에서는 참가자 숫자가 무시될 수 없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얼마나 내실있게 행사를 준비했는지, 자발적으로 즐기고 소통한 참가자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정작 행사의 주체인 회원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협회의 수장이나 측근 몇 명의 치적을 위한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실은 없고 형식만 있는 생색내기 행사는 없어져야 한다.

그다음 반쪽 협회가 되지 말아야 한다. 누구를 지지했든 이제는 모두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그래서 누구나 똑같은 의무와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집행부는 대승적으로 먼저 문을 열고 손을 잡아 같이 걸어가야 한다.

또 하나는 미술협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 했으면 한다. 열악한 재정으로 회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제적 해결을 위해 단체장이 해야 할 역할도 중요하다. 일부 경제적 여건이 되는 회원들만 참가하는 외유성 행사는 지양돼야 한다. 가령 아트페어, 국외교류전 등에 부스 사용 경비를 받거나 참가비를 받는 것은 개인, 화랑, 민간단체, 국제교류단체 등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렵겠지만 모든 회원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능력에 따라 선택하여 참가할 수 있는 협회 운영이 되었으면 한다.

언급한 것 외에도 회원들의 바람이 많을 것이다. 여기에 전제될 것은 너무 성급해하지 말고 집행부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약속은 지킬 것이라는 신뢰와 여유로 기다려주는 회원들의 인내이다.

그래서 역대 집행부의 과오를 거울삼아 특정 회원만을 위한 협회가 아닌, 미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한국미술협회 회원임이 부끄럽지 않도록 운영되고 발전하길 바란다.

김윤종(화가) gilimi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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