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공항, 부산한 부산 손놓은 대구경북

가덕도 유치 빠른 행보 '투 에어포트' 방안 제시

새 정부의 남부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논의에서 대구경북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데 비해 대구경북은 지역 출신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는 바람에 신공항 논의 대상에서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1조원가량 예산을 들여 김해공항 보조활주로의 추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을 위해 애초 계획했던 활주로 방향을 수정하는 용역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부산시는 특히 김해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이 역할을 나누고 공존하는 '투-에어포트'(two-airport) 체제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공항은 국내선 위주로, 가덕도 신공항은 24시간 국제선 중심 공항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김해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의 공존이 가능해지면 일본 도쿄의 나리타-하네다 공항, 우리의 인천-김포 공항처럼 김해공항을 국내선 위주의 도심공항으로 특화시키고, 신공항은 국제선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한국항공대학에 용역을 의뢰했으며, 중간 결과에서 기존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의 활주로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방향의 활주로를 계획하면서 김해공항의 공역과 중첩된다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신공항 활주로 방향을 동서로 틀면 김해공항과의 중첩 문제도 해소되고, 신공항 건설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건설 비용도 4조원가량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한국공항공사에 의뢰한 '김해공항 활주로 용량 증대 방안' 용역 결과를 내달 중순쯤 발표할 예정이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김해공항의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증설로 단기적 여객 수요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보조활주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기존 활주로와 50도 정도 기울어진 위치에 마련되는 보조활주로 건설에는 총 9천6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대구경북은 신공항 입지 문제는 전문가집단의 결정에 맡긴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정부에서 대구와 부산의 갈등이 폭발, 계획 자체가 무산된 데다 새 정부의 신공항 건설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호영 새누리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대구 국회의원들과 회동에서 남부권 신공항 필요성에 공감했고, 추진 의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다"며 "다만 입지 문제는 전문가집단에 맡기자는 쪽으로 공론화됐는데 부산에서 계속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부산이 저렇게 떠드는데 우리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8일 오후 지역 의원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부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여론몰이에 적극 나서고 있는 부산의 행보에 대구경북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강주열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장은 28일 "부산은 시와 상의, 정치권, 학계가 똘똘 뭉쳐 신공항 건설에 대한 논리적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대구경북은 너무 조용하다"며 "이것이 대구경북의 한계"라고 답답해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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