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4일 사퇴를 선언했다. 김 내정자와 관련해 제기된 비판은 미국 CIA가 설립한 회사 인큐텔 이사 재직, CIA 자문위원 활동, 미군 장기 근무 등이다. 한 인터뷰에서 CIA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에 대해 그가 '조국(미국)에 감사한다'는 표현을 썼다는 비판도 있다.
조선 선조 때 사람 이진영은 임진왜란 때 포로로 일본에 끌려갔다. 그는 기슈(현재의 와카야마) 근처에 서민 교육기관을 차렸으며, 조선 유학의 창시자가 되었다. 그는 묘비에 '조선국이씨진영지묘'(朝鮮國李氏眞榮之墓)라 쓰게 했고, 후손들에게도 조선인임을 잊지 않도록 했다. 그의 자손들은 1984년 13대로 절손될 때까지 이씨(李氏) 성을 썼다. 요즘도 신문과 방송은 종종 이진영의 '충절'을 칭송한다. 나는 이 칭송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내 고향을 아름답게 기억한다. 강물이 마을 허리를 돌아가던 동네, 여름에 멱 감고, 겨울에 썰매 타던 기억을 사랑한다. 그러나 내가 아직도 그 강 마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30년 이상 대구에서 살았고 스스로 '대구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구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일에 관여도 한다. 이런 내 생각과 행동은 고향에 대한 배신일까?
혹여 훗날 내가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하려고 귀향했을 때, 고향 사람들이 '저 사람은 대구에서 오래 살았으며, 스스로 대구 사람이라고 선언했다. 이제 와서 고향 운운하다니!'라고 비판한다면 그 비판은 정당한 것일까?
프랑스 철학자 위그(Huges De Saint Victor)는 '고향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미숙한 자이고, 모든 땅을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강한 자이다. 나아가 전 세계를 타향으로 볼 수 있는 자는 완벽한 자다'라고 했다.
보통 사람이 모든 장소를 '타향'으로 여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끝내 '고향'을 잊지 못하는 '미숙한 사람'으로 남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죽어서도 나는 조선인'이라는 말은 끝까지 '뜨내기'로 남겠다는 선언이며, '죽어서도 조선인이어야 한다'는 말은 미숙한 집단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어제와 이별하지 않고 오늘과 내일에 충실하기는 어렵다. 김종훈이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충실한 것은 비판 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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