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당 "언론청문회땐 수용" 청와대 "정부조직법과 무관"

국정표류 장기화 될 듯

'식물 정부'로 몰아가고 있는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막장까지 치닫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안 결의에 북한이 핵위협으로 맞서는 등 국내외 안보 환경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여야는 물론 청와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감정싸움에만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6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조직법 원안 처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공영방송 이사 추천 시 방송통신위 재적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 ▷언론청문회 실시 ▷MBC 김재철 사장 사퇴 등 3대 요구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 세 가지 요구안을 수용하면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의 쟁점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인터넷TV(IPTV) 관할권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데 동의하겠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새누리당에 이 방안을 제시했지만 새누리당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자 재차 박 대통령에게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는 "북한이 정전협정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고, 우리 군 당국도 응징 입장을 밝히는 등 나라 안팎의 상황이 엄중하다"며 "민주당은 절박한 마음으로 양보를 결심하며 다시 공개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입장 선회에 우리 당내에 반대 의견도 많다"며 "하지만 국정표류, 강경충돌이 계속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내 이견을 혼신을 다해 설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민주당의 입장 변화는 지금까지 언론과 방송의 자유와 공정성을 주장해오며 방통위 업무의 미래부 이관에 대해 반대했던 민주당의 논리와는 상반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김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를 요구한 것은 사실상 언론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신의진 원내대변인도 "MBC 사장을 퇴진시키거나 청문회를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공영방송에 대하여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면서 개입하겠다는 모순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민주당의 공개 요구안에 대해 '수용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조직법이나 미래창조과학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민주당 박 원내대표의 3대 양보안과 관련, "방송사 사장 인선 등과 관련해 연계했는데 그것이 바로 정부조직법을 정치적 이슈로 다루고 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그는 "방송사 사장 인사 문제는 정부조직법 통과와는 무관하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별개의 문제를 정부조직법 통과와 연계하는 상황에 대해 (청와대) 관련 수석이 상당히 안타까워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야당의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국정 표류'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8일 시작되는 3월 임시국회 의사일정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여야 접촉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본다. 당분간 여야의 냉각기가 불가피해졌다"고 걱정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 계속 터지는 상황에서 국가의 미래나 민생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에 정부와 여야가 감정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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