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대구시민야구장. 시범경기 일정이 없는 이날,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은 훈련을 잠시 멈추고 반가운 손님을 맞았다. 대구지역 6개 초등학교 야구부에서 학교마다 2명씩 선발된 어린 선수들이 유명한 삼성 선수들로부터 야구지도를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잠까지 설치고 온 것이다.
"오승환 형처럼 돌직구를 던지고 싶어요."
정규시즌 준비에 바쁜 선수들이 짬을 낸 건 야구 꿈나무들에게 멘토가 되어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주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방과 후 학습지원 프로그램 '드림클래스'로 재능기부 캠페인을 시작한 삼성그룹은 올해 스포츠 꿈나무 지원 프로그램 '드림캠프'를 만들어 그 첫 일정을 삼성 라이온즈의 연고 지역인 대구에서 시작했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드림캠프는 삼성스포츠단 소속의 12개 팀이 한 달씩 번갈아 가며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소속 팀의 최고 스타와 지도자들이 직접 참여해 재능을 기부, 어린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에 2011년과 2012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됐던 막강 투수들로 드림팀을 꾸려 어린 선수들의 멘토로 나서게 했다.
2004년 최우수선수 배영수, 2009년 다승왕을 차지한 '커브의 달인' 윤성환, '돌직구'를 뿜어내는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 오승환, 지난해 다승왕과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장원삼, 여기에 왼손 파이어볼러 권혁과 막강 불펜의 핵 안지만 등 멤버만 봐도 화려하다.
이들은 각자 꿈나무 2, 3명씩을 배정받아 1시간 20분 동안 원포인트 레슨을 하며 어린 선수들을 지도했다.
안지만처럼 유명하고 야구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간직한 신우현(본리초교 6년) 군은 "어떻게 하면 마운드에서 배짱 있게 공을 던질 수 있느냐"며 호기심을 드러냈고, 이에 안지만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공을 던져야 한다. 무엇보다 다치지 말고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영수는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며 "이번 캠프에서 조금이나마 아이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날 야구 꿈나무들에게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체력 측정과 운동 처방을 받을 기회도 줬다. 함께 밥을 먹으며 공감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저마다 가슴속에 품은 꿈을 꺼낸 어린 선수들은 닮고 싶은 선수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며 꿈을 향한 첫 단추를 끼워갔다.
삼성은 드림캠프를 통해 스포츠 꿈나무들이 스타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보며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멘토-멘티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캠프에 참가한 류중일 감독은 "10년 후 여러분이 삼성의 주전 선수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빛낼 선수로 커 주길 바란다"며 "희망을 버리지 말고 열심히 최선의 노력을 다해 저마다 간직한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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