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에 붙일 사진을 찍는 날
아침부터 분주한 딸아이
산뜻하게 머리를 다듬고
화려한 날개옷을 고르고
거울 앞에 서서
수없이 많은 표정을 입었다 벗었다 한다
열여덟 해 동안
번데기 안에서 지낸 아이는
성충이 되는데
한 나절로 충분했다
나비가 된 아이가
젖은 날개를 말리지도 않고
성급하게 문밖으로 날아가다
쿵,
세상과 부딪치는 소리
-시집 『나비, 처음 날던 날』(푸른향기, 2006)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다면 18년이 한 매듭쯤 되겠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 우리네 세상에도 주민증을 발급받는 통과의례가 매듭처럼 있다. 내 지갑에도 얼마 전 주민증 용도로 찍은 딸아이의 사진이 있다. 그 뒤에는 내 주민증 사진이 숨어 있다.
인생의 여름과 가을을 지내본 사람들은 이제 막 여름으로 들어서는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이 시와 같을 것이다. 쿵, 하고 부딪친 세상은 반드시 통증을 수반할 것이다. 세상의 매를 견디면서 성장과 결실의 계절로 나아가길 바라는 무거운 마음을 유머러스하게 풀고 있다. 걱정스럽지만 슬쩍 웃음이 잡히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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