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호강 오염 위험수준, 조류경보제 도입해야

조류 농도 주의·경보 단계 "여름되면 독성 더 심해져"

'대구의 젖줄' 금호강이 조류'대장균 양식장으로 전락해 조류경보제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 파호동 강창교 하류 100m 지점 금호강. 20㎝ 크기의 죽은 물고기 한 마리가 물에 떠 있었다. 부패가 돼 머리와 비늘은 떨어진 상태였다. 흑갈색 오물 덩어리가 수면에 뜬 채 느린 속도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오물 덩어리는 손톱 크기부터 500원짜리 동전 크기까지 다양했고, 가까이 다가가면 비릿한 냄새를 풍겼다. 물은 뿌연 녹색을 띠고 있어 어른 무릎 깊이의 바닥도 보이지 않았다. 얕은 강물 속의 돌 표면에는 검푸른 이끼가 내려앉았다.

금호강의 올해 1, 2월 수질 측정 결과 조류 농도를 나타내는 클로로필-a 수치가 호수 및 한강, 낙동강 일부 구간에서 시행되는 조류경보제 발령단계 중 주의보(15~24㎎/㎥)와 경보(25~9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기사 3면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강창교 부근 클로로필-a 수치는 1월 23일 19.5㎎/㎥로 측정된 이후 2월 4일 20.8㎎/㎥, 2월 19일 18.3㎎/㎥, 2월 26일 22.2㎎/㎥ 등 주의보 수준까지 수질이 나빠졌다. 금호강의 상류 지점인 신대잠수교(영천 금호읍 신대리) 인근의 클로로필-a 수치는 1월 9일 17.9㎎/㎥에서 시작해 경보 수준인 2월 20일 25.3㎎/㎥, 2월 28일 42.4㎎/㎥까지 치솟았다.

특히 강창교의 경우 1월 23일 총 대장균 군수가 환경기준(5천 군수/100㎖)의 2배인 1만50 군수/100㎖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이는 2급수 기준인 1천 군수/100㎖의 10배에 이르는 수치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독성이 적은 봄철 조류가 여름이 되면서 독성이 있는 조류로 변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들은 금호강에도 현재 호수와 한강, 낙동강에 적용 중인 조류경보제를 도입해 수질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류경보제' 같은 제도가 금호강 등 지류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조류의 발생에는 일조량과 수온, 질소와 인 같은 염량염류 등이 원인이 되는데 무엇보다 체류시간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하류라서 유속이 느리고 특히 보가 설치돼 있는 대구권역의 금호강에선 그만큼 조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류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체류시간을 결정짓는 지형 및 보 시설물 등이 그대로인 조건에서 여름이 돼 수온이 올라가면 독성을 지닌 남조류 등이 번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클로로필-a : 남조류, 녹조류, 규조류 및 편모조류 등 모든 조류 세포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엽록소로 물속에 존재하는 모든 조류의 농도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클로로필-a 농도 기준으로 조류경보제를 적용하면 '주의보'가 15㎎/㎥ 이상, '경보'가 25㎎/㎥ 이상, '대발생'이 10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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