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당국이 간접흡연 폐해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1일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단속에 돌입한 것이다.
흡연자들은 흡연 장소를 보장하지 않는 금연 단속은 안 될 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애매한 금연구역 경계 등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식 단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연구역 지정, 풍선효과 확대=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금연거리에는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았다. 대구 중구청이 지난해 8월부터 한일극장에서 중앙치안센터로 이어지는 동성로 292m 구간을 금연거리로 지정해 흡연자에게 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이달 1일까지 단속 건수는 446건.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2.8건씩 적발된 셈이다. 과태료 부과가 없던 3년 전 환경미화원들이 동성로에서만 매일 70개비가 넘는 담배꽁초를 쓸어담아야 했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그러나 금연구역 경계가 애매한 탓에 흡연자들은 골목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동성로와 이어진 골목길 곳곳은 '금연해제구역'이었다. 특히 대구백화점 정문 맞은편 골목길은 구청 단속원의 눈길을 피해 몰려든 이들 사이에서 '담배 골목'으로 불렸다. 10분 동안 이곳을 지켜봤더니 7명이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각자 갈 길을 갔다.
같은 날 오후 2시 동대구역 광장. 야광조끼를 입은 대구 동구청 단속원 3명은 담뱃갑을 빼드는 이들이 담배를 꺼내기 무섭게 그들에게 다가갔다.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은 하루 유동인구만 1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오가는 이들이 많아 대구 동구청은 이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친 터였다.
하지만 장시간 기차에 올랐다 내린 이들이 상당수였던 탓에 흡연자들은 역 대합실에서 광장으로 나서자마자 담배를 빼물기 일쑤였다. 마침 이곳에는 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설치한 흡연실이 광장 한편에 마련돼 있었다. 담배를 빼들었던 이들도 단속원의 제지에 짐짓 당황했지만 이내 단속원이 안내한 흡연실로 발길을 옮겼다. 단속원으로 나선 대구 동구보건소 소속 정운영 씨는 "그나마 흡연실이 없었더라면 흡연자들과 사사건건 마찰이 일었을 것"이라고 했다.
◆담배 피울 공간을 지정해 달라=동성로를 피해 골목길에서 끽연을 하는 이들은 흡연장소 없는 무조건적 금연 방식에 강한 반발감을 드러냈다. 흡연자 강정규(32) 씨는 "간접흡연의 폐해를 막겠다는 취지인 걸로 아는데 금연구역을 지정했듯이 우리도 일본처럼 흡연장소를 따로 지정해 주든지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흡연자들은 금연구역이라는 단속원의 말에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흡연실이 지척에 설치된 덕분이었다. 흡연자 우병수(42) 씨는 "흡연자들에게 숨구멍을 틔워줘야 한다. 막무가내로 금연을 요구한다면 담배를 팔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연구역 내에서도 단속원과 흡연자 사이의 숨바꼭질은 다반사다. 이날도 2'28기념중앙공원에서는 2m 떨어진 거리에 선 단속원이 잠시 등을 돌린 사이 한 흡연자가 황급히 담배를 끄고 달아났다. 단속원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단속원은 "흡연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럼 어디서 피우라는 것이냐'는 말"이라며 "마땅한 대안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단속원과 흡연자 간 마찰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연구역 지정 확대가 능사는 아냐=대구시를 비롯한 기초자치단체들은 개선책 마련에는 답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단속원 숫자도 태부족이다. 대구 동구의 경우 동대구역 광장을 비롯해 율하공원 등 22곳의 금연구역이 지정돼 있지만 단속 인력은 건강증진팀 직원만 손에 꼽을 정도다.
대구 중구에 있는 2'28기념중앙공원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면적만 5만7천㎡에 달하지만 단속인력은 고작 2명이다. 2명이 함께 단속에 나서 한 공원에서 단속하면 다른 공원은 자연스럽게 흡연구역으로 변했다. 두 공원이 300m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달 두 공원에서 흡연자를 단속한 것은 13건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문제다. 금연구역을 관리할 단속원을 2년 동안 계약직으로 채용할 계획이지만 이들이 담당할 곳은 각 기초자치단체별로 20곳 안팎이다. 각 지역마다 다른 금연구역 지정도 흡연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 조례로 금연구역을 지정하고 있어서다. 서울과 부산의 경우 서울역, 부산역 광장에서 흡연이 가능하지만 대구는 동대구역 광장이 금연구역이다. 초행길에 타지에서 과태료를 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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