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 만이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여야 정치인 둘이 다시 격돌(?)했다. 유승민 국회의원과 김부겸 전 국회의원 얘기다. 장소는 3일 오후 대구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이하 탑 아카데미). 이들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대구동을과 수성갑에서 각각 선수로 뛰는 한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주장 역할을 했다. 이상훈 매일신문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쇼 형식의 대담에서 대구경북의 정치적 과제, 안철수의 등장과 차기 대권 등 정치 현안은 물론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속내를 털어놓으며 입담을 자랑했다. 사회자의 날카로운 돌직구를 특유의 유머로 받아치기도 했다.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치러진 ○× 문답에서 김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광주에서 39.7%의 득표율을 올린 데 비해 수성갑에서 40.4%로 높은 득표율을 올린 것은 인기 탤런트 딸 윤세인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라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딸이 아직 대학 졸업을 못 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조폭은 박수 치면 계속 하려고 한다. 주의를 시키겠다"고 답해 수강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에 질세라 유 의원은 "국회에서 국방위원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있는데 북한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직함과 비슷하다. '최고 지도자'라는 점에서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라고 적힌 피켓을 당당히 들었다. 또 "직함상으로 김정은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다. 저는 아버지 김정일과 동급이므로 그는 저보다 낮다"는 설명을 덧붙여 수강생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질문-지방선거는 1년 앞, 박근혜 대통령 출범은 1개월이 지났다. 과제와 전망에 대해서 들어보겠다.
김=지금 야당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며 '악'밖에 안 남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미래창조과학부' ' 종편' 등 방송통신 문제로 발목을 잡았다. 법 제정은 국회의 권한이며 법을 통과시키기 전까지는 장관 후보를 발표하면 안 된다. 물론 야당도 정치력을 발휘 못 했다. 이제 대통령이 긴장을 좀 풀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에게 야당은 경쟁자가 아니다. 유일한 경쟁자는 5년 후 역사의 기록과 심판이다. 야당이 이유 없이 발목 잡기만 한다면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에 쓴소리하겠다. 그러나 문제가 있으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야 하고 이를 대구경북에서 해야 한다.
유=정부조직법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야당도 잘못했다. 종편이나 케이블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야당도 여당도 정작 국가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내팽개쳤다. 그렇게 오래 시간을 허비했고 이는 두고두고 잘못으로 기록될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났다. 솔직히 '잘했다' 소리 못 하겠다. 14년째 정치권에 몸담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홧김에 정치 시작했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기는 것은 이뤘다. 이제 훌륭한 대통령, 성공한 대통령 되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도 틀릴 수 있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 정수장학회 문제, 인사 문제 등에서 한 박자씩 늦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같이) 생각을 절대 안 바꾸는 분이 아니다. 한 박자 늦으면 한 박자 더 치고 올라오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지난 연말까지 대구경북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정부 인사에서 대구경북 역차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경북의 정치적 위상이 낮아졌나, 높아졌나.
유=역차별이라는 게 대통령이 취임 후 인사를 하는 것 보고 하시는 말씀 아닌가 생각한다. 장관 실장 명단 보면 역차별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진짜 역차별받고 있다고는 생각 안 한다. 당에도 여전히 TK 정치인들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대구에서 국회의원 14년 했던 기억이 정치 인생에서 대부분이다. 우리에게 차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공약 지키는 부분에서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김=지금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동을 건 경제개발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분이 시작한 산업화의 패러다임은 이제 바꿔야 한다. 곳곳에서 모순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할 힘은 대통령에게 있다. 인사차별 역차별도 서울TK 이야기지 대구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지 않나. 대구가 정말 살아야 할 것은 '군 공항 기지 이전' 등 창조적인 것들이 나와야 한다.
▶신정부 출범 후 빚어지는 인사 잡음에 대한 생각을 밝혀달라.
김=젊은이들 일자리 없어 절망감을 느낀다. 사회 곳곳에 절망이 퍼지고 있다. 그런데 다운계약서로 떼먹고 뒤로 호박씨 까는 정치인, 사회 저명인사들이 많다. 유학 가서 그 짓만 배웠나.
유=대한민국 보수 수준이 이 정도인가 가슴 아프다. 대통령의 1호 인사에 대해 한마디 했는데 안 고쳐지는 것을 보고 입을 닫았다. 분명히 바꿔야 한다. 어떤 계기로 바뀌어야 하느냐,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TK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에게 이런 얘기할 권리가 있다.
▶4'24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이 가장 관심을 끌고 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정치라는 게 직접 해보면 뇌물을 피하고 감방을 피하고 지역의 표를 얻고 설득하는 등 모든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안철수는 그동안 TV 출연 등으로 구름, 그것도 상층 구름에 있었던 존재다. 이번 선거에서 링 위에 처음 올라오는 사람이다.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성공 가능성도 있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
김=민주당은 야권의 대표주자라고 말하기 어렵다. 일찍 잘 나온 것이다. 안철수가 단상에서 손만 흔들면 환호하는 대중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돌아왔다면 잘못 온 것이다. 노원이라는 지역은 노회찬을 당선시킨 지역이다. 탄탄한 야권 지지 기반이 있다. 안철수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후보가 사퇴했는데도 안철수는 떫다 달다 말도 없다. 자존심이 상한다. 안이 살아남으면 신당을 창당할 것이다. 안은 발등의 불이기도 하지만 민주당이 감당 못 하는 야권을 채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유=안의 등장은 2017년 대통령 선거의 시작이고 결정적 의미다. 안과 민주당과의 결합은 다음 대선에서 안철수가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고 새누리당은 누가 안에 맞설 것이냐가 고민이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박근혜가 사라진 새누리당, 춘추전국시대 된 새누리당이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가 현실적인 숙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무공천이 어디까지 실현될 것인지 말해달라. 또 박근혜가 사라진 선거에 대한 전망은.
유=오래전부터 기초의원 기초단체장 공천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 국회의원의 맘이다. 현행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당 공천 안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약속이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부터 지켜지길 기대한다. 분명히 움직임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처음 해보는 무공천 선거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아지고 뜨거워질 것이다. '박근혜 없는 선거'를 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걱정이 많다.
김=정당 공천 배제돼야 한다. 대통령 약속이다. 국회의원에게 정당 공천은 매력적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유일하게 건강한 지역조직을 만들 수 있는 길이다. 사실 지역에서 맨파워 갖춘 인물 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기초단체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치마폭 잡고 당선되는 행태는 없애야 한다. 그래야 대구경북이 대접받는다. 21세기에 이런 선거가 무슨 선거냐.
▶대구 정치 현실에 대해 말해달라.
김=대구 정치가 이대로 가서는 희망이 없다. 바깥사람과 접촉 면적을 넓힐 필요가 있다. 지난 총선 때 40% 득표 받았을 때 기뻤다. 경쟁 있는 정치를 만들어 보자.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지역이 될 수 있다.
유=제발 민주통합당에서 표 안 준다고 하지 말고 좋은 사람 내놔라. 김 전 의원은 그 기준에 충족하고 넘친다. 대구에서 도망가지 말고 계시라. 대구의 복이다. 대선 승리 이후 정치가 많이 바뀔 것이란 예감이 든다. 한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TK 입장에서 68년 중 40년을 정권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보스도 사라지고 계파도 없어지고 대구경북은 허무하다. 불안 희망 기대가 섞여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빼놓고는 앞으로 정치판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
정리=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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