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씨였다. 여행을 떠나기엔 썩 내키지 않았지만 계획했던 대로 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전라북도 진안 마이산. 너무 멀어 몇 달을 미루어 왔다. 이번에는 용기를 내 그냥 떠나기로 했다.
마이산은 전북 진안군 마령면에 위치한 도립공원이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경계에 있으며 동봉(수마이산)과 서봉(암마이산)의 모양이 말의 귀처럼 생겼다 하여 '마이산'이라고 한다. 2003년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12호로 지정되었다. 이 지방 출신 이갑용 처사가 쌓은 돌탑 중 80여 기는 아직까지 강한 비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한다.
마이산으로 가는 길은 인터넷상으로 본 것과는 조금 달라 계속 길을 물어서 갔다. 그래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가는 도중 슈퍼마켓 아주머니로부터 길도 안내받고 캔커피를 얻어먹는 등 신세를 많이 졌다. 각박한 세상에 이런 분도 있나 할 정도로 친절했다. 너무나 고마웠다.
인삼의 고장이라 그런지 인삼밭이 달리는 내내 있었다. 가는 도중 어느 산중턱에 자그마하게 지은 하얀 정자가 보여 잠시 쉬기로 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계셔서 인사를 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들 말씀이 '요즘은 인삼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많이 생겨 걱정'이라고 했다. 어르신들이 힘들게 지은 인삼을 훔쳐가다니, 마음이 아팠다.
달리는 곳곳마다 볼거리도 많았다. 어떤 마을은 꼭 독일에 온 듯한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충청도와 전라도 경계선을 넘어가는 이름 모를 저수지에는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페달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봤다. 예쁘기도 하거니와 마음의 여유가 느껴졌다. 왜 그렇게 바쁘게만 살아왔던지.
조금만 더 천천히 살면서 삶의 여백을 가지기로 다짐하고는 다시 페달을 밟았다. 아름다운 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몇 시간을 달리다 보니 저 멀리 마이산의 상징인 두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흥분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마이산도립공원 매표소 입구에 도착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차들로 입구는 혼잡했다. 그러나 입구에서 출입 저지를 당했다. 관계자가 도립공원 안으로 자전거 휴대는 안 된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관광객들이 많아 사고가 날 수 있어 통제한다고 했다. '어떡하나.' 어쩔 수 없었다.
자전거를 맡겨두고 들어갔다. 돌탑은 대단했다. 어떻게 사람의 손으로 탑을 그렇게 쌓을 수 있었는지. 눈앞에서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한참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아저씨께서 반대편으로 가면 더 가까이서 산과 탑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가까이서 웅장하게 우뚝 선 마이산을 봤다. 멋있기도 하고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손으로 깎아도 저렇게 멋지게는 안 될 것 같은데…. 자전거로 이곳까지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한참을 머물렀다.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 석양이 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내내 마이산의 풍경이 나를 따라오는 듯했다. 그 여운은 오래갔다. 오는 길에 고마운 슈퍼마켓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오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 그냥 와버렸다.
이번 마이산 여행은 처음부터 뭉클하게 다가오는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여행이었다. 그리고 내적인 충만이 가득한 여행이었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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