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프레데릭 데무스. 카를 마르크스가 하녀 헬렌 데무스에게서 낳은 아들이다. 헬렌은 마르크스 가족을 위해 평생 뼈 빠지게 일했지만 마르크스는 동전 한 닢 주지 않았다. 그녀가 낳은 자기 아들에게는 더 심했다. 아버지를 쏙 빼닮은 외모 때문에 누가 봐도 마르크스의 아들임을 알 수 있었지만 그는 자기 아들임을 끝까지 부정했다. 심지어 정치적'학문적 동반자이자 경제적 후원자였던 엥겔스에게 헨리를 엥겔스의 아들로 해달라는 뻔뻔스러운 요구도 했다.
이런 비정한 아버지를 둔 헨리는 참으로 불우했다. 아버지 집에서 크지 못하고 루이스라는 노동자의 집에 맡겨졌다. 아버지 집을 방문하는 것은 허락됐지만 뒷문으로만 드나들 수 있었고 부엌에서만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딱 한 번 마르크스와 마주친 적이 있지만 그가 아버지인 줄 몰랐다. 마르크스 역시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 해방을 외쳤지만 자기 혈육은 이렇게 대했다.
사고 치고 책임지지 않는 이런 모습은 역사상의 여러 유명인의 삶에 숨겨져 있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 앞에서는 '생명, 자유, 행복 추구에서 모든 인간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천명했지만 뒤에서는 200명이 넘는 흑인 노예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자 노예가 낳은 다섯 자식도 노예로 부려 먹다 죽기 직전에야 해방시켰다. 근대적 교육론인 '에밀'의 저자 장 자크 루소는 어떤가. 그는 33년간 자기 곁을 지킨 테레즈 르바쇠르라는 여인에게서 얻은 다섯 아이를 모두 고아원에 보냈다. 당시 고아원은 지옥 그 자체였다. 고아원에 맡겨진 아이의 3분의 2가 첫해에 사망했고,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은 경우는 5%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이들 대부분은 걸인이나 부랑자가 됐다. 루소의 자식들 운명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다.
혼외 아들에 대한 양육비 지급 여부를 둘러싼 소설가 이외수 씨와 혼외 아들 어머니 오모 씨 간의 소송이 세간의 화제다. 양측의 말이 엇갈리고 있어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일단 여론의 반응은 '실망'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말하자면 '옳은 말만 하고 힐링에 힘쓰는 '멘토'가 정작 자기 아이는 돌보지 않았다니!'라는 책망쯤 되겠다. 오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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