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뇌, 인간을 읽다

뇌, 인간을 읽다 / 마이클 코벌리스 지음/ 김미선 옮김/ 반니 펴냄

로널드 레이건은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할 때 전쟁 영웅들을 종종 언급했지만, 그가 묘사한 일화들은 사실 옛날 영화에서 나온 것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1996년에 저격수의 총격을 받으면서 보스니아에 착륙했다고 말했지만, 당시 텔레비전 프로그램 녹화 기록을 보면 생글거리는 한 아이가 그녀를 평화롭게 환영했다. 이처럼 기억은 하나의 건축물로서 일부는 일어났던 일에 대해, 일부는 아는 내용으로, 일부는 상상력으로 지어낸다. 그러므로 당연하다고 여겼던 과거 기억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우리는 가끔 기억을 왜곡한다.

요즘 '박시후' 관련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새로운 뉴스가 보태지고 네티즌은 저마다 자기가 믿는 방식으로 한쪽을 옹호하거나 비난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과거와 미래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이때 전두엽과 해마가 활성화되는데, 경험의 공유 자체가 이득이 되기 때문에 그 이야기의 사실 여부는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 뒤에서 쑥덕거리는 험담은 물론이고 비밀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신체의 일부이자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기관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어렵기만 한 주제인 뇌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가볍고 알기 쉽게 풀어냈다. 심리학과 뇌과학의 핵심을 짚어내는 것은 물론 그동안 궁금했던 인간의 언어, 기억, 행동의 비밀을 익숙한 주제를 활용해 이야기로 들려준다. 진실이 아닌 허구에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거꾸로 찍은 인물 사진은 왜 표정이 달라 보이는지 등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주제로 구성돼 쉽게 읽힌다. 176쪽, 1만2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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