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컥 대신 잔잔한 여유, 이렇게 해보세요

열 받았다 싶으면 긴 숨 쉬며 한 타임 쉬기

대구 달서구 본리동 SK텔레콤 빌딩 3층에 위치한 대구고객센터는 언제는 웃음꽃이 지지 않는 곳 중 하나다. 이곳에 근무하는 250여 명의 상담사들은 1인당 하루 평균 120건 정도의 상담이나 불만 전화를 받는다.

이곳에서 4년째 상담 업무를 하고 있는 이은미 씨는'친절한 금자씨'로 통한다. 이 씨는 매일 거울을 통해 아름다운 미소를 가꾸고 있다."화가 난 고객이 대화를 거부하고 자신의 주장만 퍼부어대는 바람에 몇 시간 동안 상담을 하다보면 자연 울컥할 때가 있지요. 그때마다 거울 속의 모습을 보면서 생긋 웃어버리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져요."

1층에 위치한 고객 상담센터에서 직접 고객들과 대면해야 하는 도래미 씨의 사정은 더하다. 취재차 들른 이날도 도 씨는 요금 문제로 항의하는 손님과 한참을 실랑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막무가내식으로 욕을 퍼붓는 사람 등 어려운 고객들을 자주 응대하다 보니 저 나름의 요령이 생겼어요. 물론 입사 초기 화를 참기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도 씨는 요즘도 틈만 나면 웃음치료 강의를 찾아다니며 진정한 웃음을 찾고 있다. 웃음치료 강의를 들으면서부터 아무리 화가 나도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미소 천사가 되었단다.

대학병원 병동 역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곳이다. 환자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화는 단순히 '욱'하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게 아니다. 몸이 아픈 사람들이나 그 가족들이다 보니 이들이 뿜어내는 불만과 화는 강도가 높다. 경북대병원 간호사 장미영 씨는 자신만의 화 참기 비법으로 웃음을 가꾸고 있다. 그는 스트레스를 만날 때마다 '한 타임' 쉰다. "화는 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 같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이럴 때 길게 숨을 들이쉰 다음 활짝 웃으면 화를 참을 수도 있고 상대의 화까지 누그러뜨리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잠시 감정의 방향을 돌리는 일종의 트릭인 셈이다. 장 씨는'멈추고 웃기'라고 쓴 종이를 집에 걸어두고 틈만 나면 본다.

김민지 스피치킴 원장은"상냥한 목소리와 미소로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은'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의 잠재적 대상자다.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이들의 스트레스는 심해진다. 그러나 제대로 이를 극복하는 진정한 미소천사들도 많다. 웃음도 습관이다. 계속하다 보면 자기 것이 된다. 자기만의 웃음을 찾을 때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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