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소국의 존재감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시국의 면적은 0.44㎢에 불과하다. 이탈리아의 로마에 있는 교황청을 중심으로 크기는 작지만, 교황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독립국이다. 프랑스 남동부 해안에 면한 모나코는 세계에서 두 번째 작은 국가로 면적이 1.95㎢에 지나지 않는다. 이탈리아 중북부의 내륙국 산마리노,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이의 알프스 산중에 있는 리히텐슈타인,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사이의 안도라는 면적 60~460㎢, 인구 2만~8만 명 선의 미니 국가로 그 뒤를 잇는다. 이들 나라보다 크지만, 베네룩스 3국 중 가장 작은 룩셈부르크도 2천586㎢의 면적에 인구는 5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유럽의 소국들은 국민이 대체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그중 룩셈부르크는 금융업 등이 발달해 1인당 GDP가 10만 6천958달러로 세계 최상위권이다. 이에 비해 남태평양의 나우루, 투발루, 인도양의 섬나라인 몰디브, 아프리카 동부의 섬나라인 세이셸 등은 부유하진 않으나 국민이 어업과 관광산업 등에 종사하며 평화롭게 사는 소국들이다. 이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은 떨어지더라도 외부의 위협 요인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외부 위협 요인을 의식해야 하는 소국은 긴장감을 떨칠 수 없다.

최근 걸프만의 소국 카타르가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넓히려 애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카타르는 경제 위기에 빠진 이집트의 국채를 사들이고 수단의 재건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등 국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 반군에 대해 적극적으로 무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2006년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2년 월드컵 개최도 앞두고 있다.

1만 1천586㎢의 면적으로 우리나라의 경기도만 한 크기에 인구도 90만 7천여 명 정도인 나라로서는 대담한 행보이다. 세계 3위의 풍부한 가스 매장량을 바탕으로 1인당 GDP가 14만 3천38달러로 세계에서 제일 높으며 친미 노선을 취해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점이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달리 보면 걸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잇따라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내부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정학적 불안 요인을 헤쳐오는 데 많은 경험이 있지만, 북한의 큰 위협에 직면해 또 해법을 마련해야 하니 고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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