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부 모로미토의 한일 이야기] 새로운 출발의 계절

한국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4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된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과 함께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알린다.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발랄한 신입생과 깨끗한 양복 차림을 한 사회 초년생을 거리에서 만나게 된다. 그럴 때면 덩달아 나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얼마 전 대구에 살고 있는 한국인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알려왔다. 인생의 새 출발을 축하하고 싶다.

한국과 일본의 결혼식은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미혼율이 높아지고 만혼화가 진행되고 있다. 초혼의 평균 연령은 2010년의 경우 남자 30.5세, 여자 28.8세이며, 30~34세 인구의 절반은 미혼 상태로 있다. 40년 전인 1970년의 초혼 연령은 남자 26.9세, 여자 24.2세였다. 우리 부부는 남편이 30세, 내가 31세 때 결혼했다.

지금까지 만혼과 미혼의 원인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득 격차의 증대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워킹 푸어(working poor)라는 말처럼, 경기 침체로 젊은이의 소득이 감소해서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지난 10년간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결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당연히 태어나는 아이의 수도 줄어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며, 반면에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인구 추계를 보면, 2040년에 일본 인구는 약 2천만 명이 감소하고, 고령화율은 현재의 23%에서 36%로 높아진다. 태어나는 아이는 적고 노인이 많아지니 모두가 노후 생활에 불안을 느낀다.

일본의 결혼식은 혼인을 확인하는 의식과 피로연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웨딩드레스를 동경하는 신부가 많아져서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교회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혼인 서약 후의 피로연이 메인 행사이기 때문에 호텔과 레스토랑이 붙어 있는 결혼식 전용 교회에서 식을 올린다. 결혼식에는 중매인이 입회를 했으나, 요즘에는 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은사나 직장 상사 부부가 중매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결혼 후에도 매년 찾아가서 인사를 하는 풍습 때문에 이런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중매인을 내세우지 않게 되었다.

피로연은 한국보다 화려하다. 결혼 날짜가 잡히면, 우선 피로연의 일정과 초대할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한다. 가족, 친척, 친구, 직장 상사나 동료들이 초청 대상이다. 일본의 경우 피로연의 초대장을 받지 않으면 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로연에 참석하는 인원은 보통 약 100명 정도이나, 우리는 200명을 초대했다. 유명인은 1천 명 이상을 초대하는 경우도 있으며, 연예인의 피로연은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기도 한다.

피로연은 호텔과 계약을 한 프로가 사회를 보는 경우가 많으며, 현지 방송국의 아나운서가 하는 경우도 있다. 신랑 신부 입장에서부터 하객의 축하 인사, 친구들의 여흥, 신랑 신부의 케이크 자르기 등 하객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다양한 연출이 이어진다. 피로연은 보통 2, 3시간 동안 진행되며 2차, 3차를 거듭하면서 신랑 신부는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축하연을 계속한다. 이날 신랑 신부는 스타가 되는 것이다.

피로연은 상당히 화려한 파티이므로 비용도 꽤 많이 든다. 연회장 대여비, 초대 손님의 식대와 교통비, 답례품 등의 비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대받은 사람은 보통 3만~5만 엔 정도의 축의금을 준비한다. 직장 상사나 친족은 10만 엔 정도의 축의금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피로연에서는 눈물을 자아내는 연출이 이루어진다. 재작년에 딸을 임신한 상태로 부부가 같이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남편이 축하의 말을 하면서 "아들과 딸이 결혼할 때까지 내가 살 수 있을까"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피로연은 신랑 신부가 부모에게 감사의 편지를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대구에 있는 친구의 결혼을 축하한다.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모리모토 카즈에/森本和惠·생활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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