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성인인 경우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하루에도 약 2조 개가 새로 태어난다. 이 가운데는 며칠도 안 돼 늙어버리는 것부터 사람의 수명만큼 오래 사는 것 등 다양한 종류의 세포가 존재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쑥쑥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세포분열이 왕성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임무를 다한 세포는 사멸하면서 세포 수의 균형을 맞춘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수정란이 태아로 자라나는 과정도 세포분열로 일어난다. 탄생과 성장과정에서 고등생물을 키운 것은 대부분이 세포분열인 셈이다.
그런데 이 세포의 성장이나 분열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이 과정을 밝히면 우리는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으로 인해 유발되는 암과 같은 치명적인 병에서부터 노화 과정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를 치유하는 실마리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세포 내 모든 기본적인 정보를 지니고 있는 유전자가 어떻게 복제되고, 또 단백질로 번역되는 과정까지 이 유전자들이 어떻게 손상되지 않고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 줄 수 있느냐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포핵 속의 '블랙박스'인 DNA에 기록돼 있는 유전 정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딸세포로 전달되며 대대로 전해진다. 그런데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세포분열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포주기에 따라 한 번만 유전자 복제가 일어나야 하는데도 끊임없이 복제되거나, 손상을 입은 유전자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사나 번역이 일어날 수 있다. 전사란 DNA의 유전정보를 담은 '복사본'인 RNA를 만드는 과정이고, 번역은 RNA로부터 실제로 세포 내의 일꾼인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뜻한다.
세포분열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고장 나면 세포의 분열 속도가 느려지면서 노화가 일어나거나 반대로 세포가 너무 왕성하게 분열해 암이 생길 수 있다. 결국 노화와 암은 비정상적인 세포분열이 초래한 부작용인 셈이다. 다행히 우리 몸속에는 유전자의 복제, 전사, 치유과정 곳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신호를 줘 유전자 손상을 치유하게 하거나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어해주는 단백질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을 '종양 억제' 단백질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후의 방어선이라 할 수 있는 이런 단백질들이 문제가 생기면 우리 몸의 세포는 암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많은 생명과학자들의 관심은 세포 내 어떤 종양 억제 단백질들이 존재하는지, 이들이 어떻게 세포의 성장을 조절하는지, 이들을 겨냥해 암이나 노화 등을 치유할 수 있는지 등을 밝혀내는 데 있다.
포스텍 조윤제 교수팀은 종양 억제 단백질들이 어떻게 암의 생성을 억제하는지 단백질의 3차원적 입체 구조와 세포 내 기능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는 맞춤형 항암 신약 개발을 위한 기반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 같은 원생생물과 달리 고등생물은 세포분열 과정에서 유전자 복제가 한 번만 일어난다. 제미닌(Geminin)이라는 단백질이 유전자 복제가 또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는 '사령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조 교수 연구팀은 그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밝히기 위해 방사광가속기로 제미닌의 3차원 구조를 분석했다. 또한 종양 억제 단백질이 어떻게 전사 과정을 조절하는지 밝혀내 안암과 자궁경부암 같은 특정 암의 형성 과정을 밝혀냈고 치료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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