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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골형성부전증' 앓는 15세 송지용 군

살짝만 부딪혀도 '뚝…15년 새 12번 골절

송지용(15) 군이 컴퓨터로 사이버 수업을 듣고 있다. 골형성부전증 때문에 학교에 가기 어려운 지용 군은 온종일 집에서만 생활하면서 사이버 수업을 듣거나 컴퓨터로 노는 게 하루 일과가 돼버렸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송지용(15) 군이 컴퓨터로 사이버 수업을 듣고 있다. 골형성부전증 때문에 학교에 가기 어려운 지용 군은 온종일 집에서만 생활하면서 사이버 수업을 듣거나 컴퓨터로 노는 게 하루 일과가 돼버렸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송지용(15'대구 북구 산격동) 군은 학교가 아닌 집에서 컴퓨터로 공부한다. 지난해 5월 다리가 부러지면서 한 달 넘게 입원을 했고, 퇴원 후에도 통학하는 게 힘들어 사이버 수업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입원, 치료 등으로 수업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중학교 2학년 과정이 아닌 1학년 과정을 공부해야 하는 것도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지용 군의 다리가 부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불안함을 안고 살아야 한다. '골형성부전증'이라는 병 때문이다.

◆12번 부러진 다리

지용 군은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다. 뼈의 형성과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뼈가 약해지는 병이다. 그래서 작은 충격에도 뼈에 쉽게 금이 가고 부러진다. 또 한 번 부러지면 뼈가 다시 붙는 회복 속도도 느려 골절을 당하면 오랫동안 치료를 해야 한다.

지용 군이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태어난 지 딱 한 달 만이었다. 천식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지용 군은 기저귀를 갈 때마다 너무 심하게 울어대 간호사들이 부모에게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고, 검사 결과 다리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 상태였다. 그리고 이때 지용 군이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머니는 제 병을 아시곤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뼈가 부러진다니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하나' 하고 걱정하셨대요. 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병이라는 말에 안심하며 '뼈 부러지는 것만 조심하면 되겠지'하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조심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지용 군의 다리는 지금까지 12번이나 부러졌다. 다리 마사지에도 다리뼈가 쉽게 부러지다 보니 첫돌 때까지 부러진 횟수만 9번이었다. 다행히 돌이 지난 뒤에는 다리를 다치는 일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해 왔고, 계속 무탈하게 성장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지용 군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9년부터 다시 해마다 한 번씩 다리가 부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가장 심한 골절상을 당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학교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던 중이었어요. 갑자기 중심이 흔들리더니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거예요. 너무 아파서 일어서질 못했죠. 오른쪽 다리가 또 부러졌대요."

◆친구들이 보고 싶다

지용 군은 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에 인공 뼈를 삽입하고 가장자리에 뼈를 고정하는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6시간이 넘는 수술을 홀로 잘 견뎌냈지만, 수술이 끝나고 나서 더 고통스러운 얘기를 들어야 했다. 이 상태로는 학교에 다니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은 것.

지용 군은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검사받으러 나가는 것 빼고는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집에서 사이버 수업을 듣거나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다.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앉은 상태에서 기어간 뒤 변기를 짚고 일어나 앉아 볼일을 해결한다. 일어서려면 보조기를 오른쪽 다리에 찬 뒤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집에만 있으니까 너무 답답해요. 학교에 가면 친구도 보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어머니는 학교 가면 제가 또 다칠까 봐 많이 걱정하세요."

실제 지용 군 어머니 엄금순(43) 씨는 벌써 걱정이다. 사이버 수업이 이달 말에 끝나기 때문이다. 골절 치료를 위해 한시적으로 이용하는 조건으로 신청한 사이버 수업 기간이 이달 말에 끝나기 때문에 다음 달부터는 등교해야 한다.

◆아버지의 빈자리

지용 군이 '골형성부전증' 진단을 받았을 때 가장 가슴 아파했던 사람은 지용 군의 아버지였다. 지용 군의 아버지도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증세가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어서 표시 내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어머니 엄 씨도 지용 군이 이 병의 진단을 받았을 때 아버지의 병을 처음 알았다.

"아버지가 저의 병명을 듣고 그제야 어머니에게 '같은 병을 앓고 있다'고 고백을 하셨대요. 제가 아픈 게 아버지 때문이라며 자책을 많이 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어요."

그러나 지용 군의 아버지는 8년 전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혈압과 뇌출혈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너무 컸다. 엄 씨는 홀로 어떻게든 세 남매를 먹여 살려야 했다. 엄 씨는 아파트 청소, 공공근로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지용 군이 다리를 다친 후로는 간호 때문에 이마저도 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됐지만, 지원금으로는 생활비는커녕 지용 군의 병원비를 대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지용 군의 누나가 한 통신회사에 인턴직으로 일하면서 그나마 받던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지원금마저 끊겨버렸다.

엄 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수입은 없는데 병원비 등으로 나갈 돈과 수술비로 빌린 돈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엄 씨는 "지용이 병원비로 들어간 돈만 1천만원인데 모두 여기저기서 빌린 돈"이라며 "빌린 돈도 갚아야 하고 병원비도 계속 내야 하고 생활도 해야 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관리비까지 석 달째 밀려 쫓겨날 판"이라고 한숨지었다.

지용 군의 장래희망은 한식 요리사다. 그런데 주방에서 오랫동안 서서 일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지용 군은 그래도 어떻게든 꿈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주방에 서서 어머니께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공부도 잘해서 가족이 저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일어서는 것이 우선인 만큼 일어서는 것부터 열심히 연습할 겁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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