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EO들의 연간 소득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미국의 억만장자 CEO 가운데 가장 돈을 많이 번 인물은 에너지 기업 킨더 모간의 총수 리처드 킨더(68)였다. 그는 지난해 무려 11억 달러, 환율 1천100원으로 환산하면 우리 돈 1조 2천100억 원을 벌었다.
그의 연봉은? 단돈 1달러다. 두둑한 보너스를 챙긴 것도 아니다. 보너스도 0이다. 스톡옵션을 행사하지도 않았고, 스톡그랜트 수입도 없었다. 1997년 친구 윌리엄 모간과 창업한 리처드 킨더는 회사 설립 이후 매년 단돈 1달러를 자신의 연봉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그의 소득은 2006년 투자자들로부터 받았던 회사 주식 매매를 통해 나온 것이다.
소득 2위는 오크-지프 헤지펀드의 CEO 다니엘 오크였다. 그의 연봉은 0이다. 보너스도 없다. 지난해 2억 8천900만 달러(3천179억 원)를 벌었다. 오크의 주 소득 역시 회사로부터 받은 주식거래였다.
미국에는 한 해 연봉을 1달러 혹은 그 이하로 받는 CEO들이 더러 있다. 휴렛 패커드의 멕 휘트먼이나, 구글의 래리 페이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CEO도 연봉 1달러 그룹이다.
그렇다고 굴지의 CEO들이 모두 무료 봉사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봉 상위 CEO들의 급여는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미국 연봉 상위 CEO 10명이 가져간 급여는 총 6억 1천640만 달러(6천780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제약사 맥커슨사의 존 해머그렌 회장은 1년간 1억 3천119만 달러(1천443억 원)를 받아갔다.
1986년 연봉 상위 10위권에 든 CEO들이 가져간 총액은 5천788만 달러. 전설적인 경영자로 불린 크라이슬러의 아이아코카 회장이 1위를 차지하면서 받은 연봉은 1천150만 달러였다. 1986년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 물가는 109% 올랐다. 반면 상위 10위 CEO가 가져가는 총 연봉은 1천65% 늘었으니 미국인이라고 해서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일에 비해 돈만 챙긴다는 비난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우리나라도 상장사 CEO들의 개인별 연봉 공개 법안이 국회에 올라 있다. 베일에 가려 있던 그룹 총수들의 소득을 엿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 법안은 미완성이다. 연봉 공개 대상을 등기 임원으로 한정했다. 미등기 그룹 총수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뒀다. 정작 궁금증은 풀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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