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의 눈] 고장난 자전거 공짜 수리 '우리 할아버지'

"어린이는 공짜지요, 어르신도 공짜고요."

대구 황금동에서 중동교를 지나 봉덕2동 쪽으로 20m쯤 가면 마음 후덕한 자전거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주인공은 조형신(76) 할아버지. 조 할아버지는 60여 년 간 이곳에서 자전거방을 운영하고 있다. 낡은 간판이 세월의 무게를 말해준다.

이곳은 늘 사람들이 북적거려 번호표를 받아야 자전거를 고칠 수 있다. 왜 이렇게 손님이 많을까 궁금했다. 부품이 안 들어가고 손만 보면 되는 자전거는 모두 공짜이며 새 부품이 들어가도 부품 값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무료로 자전거를 고쳐준 지 벌써 16년이 넘었다.

조 할아버지는 "중학생은 학생증을 보여줘야 하고 어르신들은 65세 이상이면 공짜"라고 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한 일은 한 번도 없다.

"자전거방은 처음에 내 스승이 운영했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월급도 안 받고 기술을 배웠지요."

할아버지는 군 제대 후 다시 이 자전거방에 취직해 1천원씩 월급을 받고 일을 했다. 지금은 자전거방을 인수해 사장이 됐다. 아들 딸 모두 대학 공부 시키고 자전거방에 딸린 집도 샀다. 아들은 자전거방을 그만두라고 하지만 찾아오는 고객을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자전거방으로 성공했으니 이제 자신의 기술로 봉사를 하자는 생각으로 자전거방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여기 이렇게 나와서 자전거를 고치다가 보면 시간 가는 것도 잊을 때도 많아요, 또 기다리는 사람을 두고 점심을 먹을 수가 없어 빵 하나로 때울 때도 많고요."

할아버지는 헌 자전거를 버리지 않는다. 그 부품을 이용해 고장난 자전거를 공짜로 고쳐주기 위해서다. 할아버지는 아직 건강해 100살까지는 살 것 같다. 할아버지는 힘이 있는 한 자전거를 고쳐주면서 즐겁게 살겠다는 말을 하고 다시 망치질을 했다.

글'사진 안영선 시민기자 ay5423@hanmail.net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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