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 만에 집을 장만하려고 네 번째로 했던 이사가 진짜 우리 집으로 한 이사였다. 점을 보러 간 적도, 그 흔한 이삿날을 받으러 가본 적도 없으나 이사 때마다 꼭 지키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밥솥에다 살던 집의 수돗물을 받아 가는 것이었다. 결혼 초, 친정 엄마로부터 들은 얘기인즉슨 살던 집 수돗물을 받아가서 그 물로 밥을 해먹으면 잘 산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을 마련하기까지 매번 이사를 할 때면 꼭 지키려고 애를 썼다.
한 번은 이사를 도와주러 오신 시어머님이 모르고 그 물을 버리신 적이 있었는데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살던 집으로 가서 물을 받아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에 그리 신빙성이 있었겠냐마는 매정하게 정을 끊고 가기보다는 모든 것이 이어지고 연결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살다가 가면 그만이라는 마음보다는 좋은 이웃 덕분에 사는 동안 잘 살았다는 마음에 이사떡을 할 때면 이사 간 동네 이웃에 떡을 돌리고, 살던 곳으로도 인사를 가서 떡을 돌리곤 했다. 팍팍한 도시살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내가 먼저 마음 열고 다가가 보니 모두가 좋은 마음을 가진 이웃이었다.
이사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다정한 이웃들이 떠올라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르곤 한다.
최정숙(대구 남구 대명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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