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불행을 부르는 인지적 오류

나뭇가지에 여백을 둔 채, 꽃망울을 틔우는 운치가 일품인 살구꽃 계절이 오면, 결혼선택의 여부로 필자를 찾은 예비부부들이 생각난다.

의외로 예비 배우자와 막상 결혼결정 여부를 앞두고는 가슴앓이 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의 공통적 고민은 과연 상대가 결혼 후에도 지금처럼 사랑의 신뢰를 공급해 줄 것인가 하는 우려와, 심하게는 결혼하고 나면 틀림없이 상대는 자신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고 갈 것이라는 불안과 두려움을 예감한다는 것이다.

물론, 결혼 전 상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결혼생활의 공동운영자로서의 자질탐색 과정은 매우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원가족 부모의 갈등관계가 자기 내부 깊숙이 상처가 되고 이것이 미해결된 문제의 잔여물로 남아 예비 배우자에 대한 고유자질을 침범하게 되고 결국 이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관계로 위기를 맞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특성은 '항상성 심리유지 기제'로 설명될 수 있는데 결혼생활에 대한 불안에 압도당하여 행복할 수도 있는 경우를 불행으로 뒤집어 버리는 사람들의 심리특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예비 배우자감은 기필코 자기를 불행하게 할 것이라고 믿고 예측하는데, 그 예측불안에 압도되어 그에 맞는 행동과 말로써 상대와 상호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자기 예측에 맞는 여건들로 환경을 조종하게 되고 그 결과 원치 않았지만 자신이 믿는 대로 불행한 결혼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하여 무의식적 소망(결혼생활의 불행)을 이루어 버린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과거 부모의 평탄치 못했던 결혼생활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자기내부로 '내재'되고 '전이'되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와 '동일시 과정'을 일으킴으로써 자기가 곧 부모의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들의 결혼운명을 자신이 틀림없이 재연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인지적 오류'의 망에 가두어진 결과로 보여진다.

이들에 대한 필자의 상담치유 개입은 이들의 단단한 '인지적 오류'를 제거하는 작업이었고, 대신 그들의 아픈 기억의 자리에는 여백을 두고 피는 살구꽃의 느낌 같은 평안을 전이시키는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