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결혼기념일이다. 벌써 16년 전 찔레꽃이 만발한 초여름날이었다. 선본 지 두 달 만의 결혼은 꽉 찬 나이만큼이나 초스피드로 진행되어 두 번 만나고 세 번째 상견례를 하고 그 이후엔 결혼준비에 바쁜 날들을 보냈다. 연애감정이라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그렇게 일사천리로 결혼을 했는지.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인연이 아닌가 생각한다.
처음 선보던 날, 신랑은 만나는 장소를 잘못 알고 다른 곳에서 기다렸고 나는 혼자 1시간을 기다리며 지금의 시어머니와 이런저런 대화를 해야 했다. 시어머니는 아들 몰래 신부감을 확인하고 요지부동인 아들을 무조건 밀어붙여 결혼시킬 요량으로 나와 계셨는데 아들이 길을 못 찾아 나타나지 않자 안절부절못하시며 내 앞에 앉으셔서는 사정을 이야기하시며 아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나를 붙들고 계셨다. 두 번째 만남은 그 후 두 달이 지난 3월이었다. 시어머니의 아들 사랑을 이미 보았기에 나는 어쩌면 신랑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마음을 두고 다시 만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진행된 우리의 결혼은 허니문베이비의 탄생과 맞벌이 생활로 정말 신혼이 뭔지 연애가 뭔지도 모르고 이렇게 나이가 들었다.
나중에 신랑이 나에게 말했다. 시어머니께서 "너 이번에 이 색시 놓치면 장가 못 갈 줄 알아라!"라고 엄포를 놓으시며 무조건 결혼하라고 하셨단다. 그러면서 술 한잔이 들어가면 팔불출 짓을 한다. "우리 집사람요~ 참 좋은 사람이에요!"
살면서 후회스럽고 힘든 일이 왜 없었을까마는 조각을 맞추듯이 내 반쪽을 찾아 맞추어가며 둥글게 둥글어지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결혼하던 날, 만발했던 하얀 찔레꽃 보러 둘이서 손잡고 가야겠다.
박성희(경산시 중방동)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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