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예계약 못참아" 뿔난 편의점 점주들

가맹점사업자단체협 출범

이모(46) 씨는 2010년 회사를 그만둔 뒤 퇴직금으로 대구 중구에 대기업 계열 편의점을 열었다. 그는 편의점 가맹본부 직원에게 월 500만원의 순이익을 보장한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회사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장사가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근에 편의점 4개가 추가로 들어서 매출은 개점 초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밤을 새가며 일을 해도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려워졌다.

이씨는 업체 측에 폐점 의사를 전달하자 해지위약금으로 6천만원을 물도록 요구받았다. 이 씨는 "퇴직금을 털어넣더라도 폐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들이 가맹본부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CU점주모임과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맹점주협의회, GS25경영주모임, 미니스톱가맹점주협의회 등 4개사 편의점 가맹점주 단체들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편의점주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를 출범했다.

협의회는 "대기업 편의점 가맹본부가 24시간 영업 강제를 비롯한 불공정 거래행위와 불합리한 계약으로 편의점 점주들에게 큰 고통을 안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참여연대와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이 개최한 '편의점 점주의 피해자 증언 및 가맹사업법 개정 필요성' 토론회에서 편의점 점주들은 ▷근접 출점에 따른 매출 하락 ▷장밋빛 전망 남발 ▷과다한 위약금 ▷24시간 영업 강요 ▷언론 제보시 협박 등을 불공정행위로 꼽았다.

편의점 점주들이 가장 힘든 것은 근접 출점으로 인한 매출감소다. 대구지역의 경우 2008년 516개이던 편의점 수는 2009년 555개, 2010년 559개, 2011년 611개, 지난해에는 723개로 빠르게 늘고 있다. 편의점은 창업비용이 5천만~1억원(76㎡ 임차매장 기준)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어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인 업종이지만 최근들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과다한 폐업 위약금으로 점주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의회가 가맹본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가맹점주들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보장 ▷반인권적 24시간 강제영업 방침 폐지 ▷가맹계약서 전면 개정 ▷가맹본부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 ▷공정거래위원회 모범 거래기준 전면 시행과 가맹사업법 개정 등이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가맹점사업자단체의 법적지위를 보장하고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와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다음 회의까지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