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즘의 어원은 프랑스 대혁명 때 과격파인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가 행한 '공포정치'에서 비롯됐다. 로베스피에르는 정권을 잡고 나서 혁명 반대파, 온건파 인사들을 투옥하고 고문하고 처형시켰다. 조르주 자크 당통, 자크 르네 에베르, 앙투안로랑 드 라부아지에 등 당대의 인물들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가 집권한 10개월간 파리에서만 1천500여 명, 프랑스 전체에서는 2만여 명이 무자비하게 처형됐다. 정권을 유지하고자 대중의 공포(테뢰르'terreur)를 유발, 공황적 심리 상태에서 복종을 이끌어내려는 것이었다.
로베스피에르가 체제를 지키려고 활용했던 테러리즘은 이후 반대로 반체제자들이 활용하는 수단이 됐다. 일반적으로 세력이 약한 반체제자들이 정치, 종교, 사상적 목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강요하거나 중단하게끔 하려면 폭력에 의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영국과 북아일랜드에 대항한 아일랜드공화국 군대, 스페인에 반대하는 바스크 분리주의자 그룹, 독일의 바더마인호프단, 일본의 적군파, 9'11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테러 집단 알 카에다 등이 그들이다.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폭탄이 터져 수많은 인명이 사상,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보스턴에는 1919년 경찰 파업 사태 때에도 폭탄 테러가 발생, 많은 시민이 살상당한 비극의 역사가 있다. 보스턴 출신의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이 사건을 소재로 '운명의 날'이라는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보스턴 마라톤처럼 다중이 모이는 스포츠 행사가 테러의 표적이 된 사례도 적지 않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의 '검은 9월단' 사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연쇄 폭탄 테러 사건, 2005년 7월 올림픽 유치 직후 런던 동시 다발 폭탄 테러 사건 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와 9'11 테러 등은 무고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분노를 자아낸다. 공포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민간인들을 겨냥한 것으로 어떤 명분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테러를 근절하려는 노력이 더해질수록 테러가 기승을 떨치는 현실도 답답하다. 테러는 폭력의 악순환만 불러일으킬 뿐이며 궁극적으로 효과적이지 않다. 보스턴 마라톤대회 한 참가자가 테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려고 내년에도 참가하겠다고 한 말이 작은 울림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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