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눈감기/ 마거릿 헤퍼넌 지음/ 김학영 옮김/ 푸른숲 펴냄
뇌는 대단히 정밀하고 무한한 능력을 가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허점투성이다. 저자는 '의도적 눈감기'(Wilful Blindness)를 통해 알고도 위기에 빠지는 뇌의 특성과 인간의 본성을 다각적으로 조명했다. 의도적 눈감기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라도 그것이 뇌의 본능과 어긋난다면 고의로 무시해버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보고도 못 본 척할 뿐 아니라 심지어 아예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깨끗이 잊어버리려는 뇌의 비겁한 속성을 뜻하는 말이다.
BBC PD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기업가인 저자 마거릿 헤퍼넌은 인간이 왜 자꾸 위기를 자초하는 행동을 되풀이하는지 연구하다 뇌가 우리 행동의 원천이라는 점에 착안, 뇌에서 답을 찾았다. 건강검진 미루기나 배우자의 불륜에 눈감기 등 일상 차원의 문제들부터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 정유 공장 폭발 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사회적 현상 모두 의도적 눈감기의 파장 아래 있는 일들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저자는 뇌의 진화 과정으로 우리가 눈을 감는 원인을 설명한다. 뇌는 생존을 위해 주어진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해석한다. 유리한 경험이 반복되면 그것은 습관이 되고, 우리는 더 이상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의 크나큰 단점은, 현대의 변화 속도와 복잡성을 뇌가 따라잡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의도적 눈감기라는 치명적 부작용에 그저 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매 장마다 의도적 눈감기에 맞서 싸워온 용기 있는 개인들(저자는 이들을 카산드라라고 명명했다)과의 만남을 통해 발견한 내용들을 실었고, 이를 토대로 의도적 눈감기를 극복하는 점도 알려준다. 404쪽, 1만5천원.
한윤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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