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땅이 기질 결정" 경상도 신택리지 펴낸 조병훈 씨

23개 시·군 발품팔아 12권 발행…배출 인물 인터뷰 형식 소개도

"사람은 산의 정기와 강의 기운을 타고 태어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높고 낮은 산세와 굽이치는 물의 흐름에 따라 그 지역 출신들의 기질도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17년간 대구예술대 교수를 지냈던 조병훈(56'한국현대인물편찬위원회 회장) 씨가 조선의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경상도 방방곡곡을 소개하는 월간 '대한민국 신택리지를 가다'(이하 신택리지)라는 책을 펴내 관심을 끌고 있다. 조 씨는 경북은 2011년 '안동 편'을 시작으로 올해 2월까지 '영덕'영양'울진'청송 편'을 끝으로 23개 시'군을 12권의 책자로 발행했다. 경북 편 발간 이전인 2010년에는 '의령'함안'합천 편' 등 경남지역 3편의 신택리지도 발행했다. 그가 지금껏 발품을 팔아 출간한 신택리지는 모두 16권이다. 신택리지는 경상도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 축제, 지리는 물론 배출 인물의 삶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물은 편당 25~40명을 싣고 있다. 조 씨는 역사적 자료 보존의 가치를 지키고 후학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나침반 역할을 해주기 위해 신택리지를 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중환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지리, 생리, 인심, 산수 등 4가지를 기준 삼았습니다. 이들 기준은 사람의 기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할까요."

그는 경북을 돌면서 지역에 따라 정치인, 기업가, 관료 등 배출 인물의 차이점도 발견했다. 좋은 가문에서 훌륭한 인물이 배출된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었다. 접경하는 문경'예천 경우 문경은 대기업 CEO가 많이 배출된 데 비해 예천은 관료 출신이 많은 것을 확인했다. 마을 앞에 문필봉이 있는 영양 주실마을은 전국 동네 단위에서 최다 학자를 배출했다. 안동에서는 필적할 만한 정치인이 많이 배출됐다. 또 성공한 인물 대부분은 성장기에 삭막한 도시보다는 자연과 함께 자란 시골 사람이란 사실도 알았다. 그는 무엇보다 훌륭한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삶의 이치와 자연의 이법을 알게 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지역의 배출 인물이 전국으로 흩어져 있다 보니 인터뷰가 가장 힘들었어요. 한 편의 신택리지를 발간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 등 전국을 수없이 뛰어다녔어요."

그는 지금 신택리지 대구 편을 제작 중이다. 대구 편은 인물이 워낙 많아 인물 100여 명을 선정해 2, 3편으로 나눠 발간하는데 1편은 내달 중순쯤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대구 편을 마치고 나면 지역에서 배출한 '대구경북 인물 50선'도 출판할 생각이다. 그 후 경남, 부산,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서울 등 전국의 신택리지를 10년에 걸쳐 간행하는 대장정 계획도 갖고 있다. 신택리지는 현재 세계 주요 잡지를 모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닷컴 'MAGZTER'에 선정돼 한국어판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그는 법무부 학교폭력 예방 선도강연위원으로 14년간 활동하면서 지역의 중'고등학교를 방문해 청소년들의 참된 인성 형성을 도와주고 있다. 그는 '옥조근정훈장' '장한 한국인상 대상' '교육혁신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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