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低)가 한국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양적 완화로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우리 수출산업은 가격 경쟁력을 급속히 상실하고 있다. 올 들어 3개월 동안 한국의 철강 수출은 11.3%나 줄었고 자동차도 3.2% 감소했다. 이 같은 타격은 한국의 2월 수출이 1년 전보다 8.6% 감소하고, 3월 수출 증가율이 0.4%에 그친 데서 잘 드러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일본의 '양적 완화'는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면죄부를 받았다. 이에 일본은 기세등등하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양적 완화가)국제적 양해를 얻었으므로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2년 내 인플레이션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양적 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거침없이 돈을 풀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른 한국 경제의 타격은 재앙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이달 초 수준인 96엔에서 100엔으로 오르면 우리 전체 수출은 3.4%, 110엔까지 오르면 무려 11.4%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바닥을 기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더 꺼질 수밖에 없다.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수출 감소는 성장률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한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계 기관 합동으로 엔화 환율 상시 감시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단호한 시장 안정화 조치의 선제적 시행'을 거론했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엔저 대응에 실패할 경우 국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 박근혜정부의 앞날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현오석 경제팀은 엔저 극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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