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모범식당 탐방기

관광이 도시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부각되면서 지자체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이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지역의 먹거리와 연계하는 일인데 여기에 스토리가 더해지면 어떤 관광상품보다 효율적일 때가 많다.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나 식당을 지자체가 직접 선정하고 홍보하는 것도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방법인데 외지인 특히 외국인에게 이런 안내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난주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들과의 경험은 지자체가 선정한 모범식당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했다.

외국에서 온 손님 대접을 위해 일단 블로그 등에 소개된 곳 가운데 한국적 이미지가 담긴 20곳 정도를 추리고 각 지자체에서 선정한 10곳 정도를 골라냈다. 맛도 맛이지만 표준 서비스는 제공될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는데 첫 번째 들른 곳부터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몇 곳 더 들른 후 계획을 포기하고 호텔 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모두가 거의 비슷한 이유로 당혹감을 줬기 때문이다. 거기서 거기니 한 곳의 에피소드만 소개하자.

좌석을 안내받는 순간부터 당혹스럽다. 일행이 채 앉기도 전에 주문을 하라는데 늦게 주문하면 음식도 늦게 나오니 탓하지 말란다. 외국인들에게 이런저런 메뉴 설명을 하는 동안에도 음식 나르는데 방해가 되니 자리를 옮기라, 또 가방을 치우라 한다. 그러고는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가방을 들어다 구석에 첩첩이 던져 놓는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에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이어진다.

주문은 들은 척이라도 하는지 고춧가루를 빼 달라고 주문했는데 그대로 나오더니 한국 왔으면 이런 것도 먹어야 한단다. 그리고 선심 쓰듯 쓸데없는 설명까지 하면서 후식이 나오는데 무슨 후식이 식사 도중에 나오는지 빨리 먹고 나가라는 듯했다. 여기에 자기들끼리 떠드는 소리, 음식 탁탁 놓는 소리,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에 미안하다는 말 없이 눈에 안 보이는 사람 핑계 대는 것까지 종합선물세트다. 이 식당 제법 유명하고 비싼 곳이다.

TV에 소개되는 욕쟁이 할머니가 하는 식당을 참 싫어한다. 돈 내고 욕까지 먹기 싫어서인데 그래도 그런 할머니는 돈을 받아도 될 만큼 근사하게 욕을 한다. 지난주 들른 곳은 불친절이 전략일 만큼 근사하지도 않았고 모범적이지도 않았다. 친절에 자신 없으면 개념 없이 존댓말 쓰는 패밀리 레스토랑 흉내라도 내든지 아니면 불친절을 예술로 승화시켜 보라. 그리고 각 지자체도 신경 좀 써야겠더라.

권오성<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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