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한민국 공기업이 절대 망하지 않는 이유

정부든 기업이든 가계든 빚이 많은데 지출도 많으면 결과는 뻔하다. 정부는 정권 교체로, 기업은 도산으로, 가계는 파탄으로 내몰린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의 철칙이다. 그런데 이런 철칙을 비웃는 예외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빚이 많아도, 고액 연봉과 파격적 복지 혜택으로 흥청망청대도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지난해 295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493조 4천억 원으로 5년 새 두 배로 늘었다. 2012년 부채 비율은 207.5%로 공기업 부채 집계 이후 첫 200%를 넘어섰다. 부채 비율이 100%가 넘는 공기업 13곳 중 지난해 직원 연봉을 올려준 곳은 9곳이다. 경영 평가에서 성과급 지급 대상이 아닌 D등급을 받았음에도 성과급을 준 곳 역시 9곳이나 된다.

기관장의 연봉도 '억' 소리가 난다. 억대는 기본이고 한국정책금융공사 같은 곳은 무려 5억 원이 넘는다. 공기업 직원 평균 연봉도 6천100만 원이다.

공기업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길래 이렇게 많은 급여를 받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양극화와 경기 침체, 실질소득 감소로 대다수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참으로 기가 막힌다.

물론 공기업의 빚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의 지시로 대형 국책 사업을 수행한 데 상당 부분 원인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공기업이 흥청망청대도 괜찮은 이유가 될 수 없다. 막대한 부채에도 공기업 임직원의 고액 연봉과 엄청난 복지 혜택을 유지시키기 위해 가난한 국민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빚이 많아도 공기업은 국민 세금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 망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정부도 공기업 CEO도 이런 부조리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공기업이 국민에게 기생하고 있는 현실,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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