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본 상담교육원으로 위탁되는 지역사회 가정법원의 '이혼과정에 있는 부부상담'을 많이 다룬다. 그런데 여기서 의외로 고부갈등이 부부갈등 주요 요인으로 자주 발견되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것은 양성평등과 핵가족 문화가 우리 사회에 퍼진 지 반세기가 지났건만, 여전히 시어머니라는 명분으로 아들 가정사를 장악하여 며느리를 '아들의 아내'보다는 '모자관계를 침범한 타인'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문화적 심리적 차원에서 '개인심리 특유 특성'이 드러나고, 이에 대해 의미 있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대개, 건강한 부모는 성인이 된 아들의 가정이 뿌리를 내리고 화목하게 살 수 있도록 '원격 지원'을 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의 사랑법은 마치 태양이 지구를 향해 빛을 비추어 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강렬한 태양 빛에도 손상되지 않고 사계절을 만끽하며 우주 삼라만상을 담아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치와 질서를 닮았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부모는 자녀와 밀착해서 자신들의 강렬한 욕구를 주입하며 온갖 기대와 간섭으로 화상을 입고도 남을 뜨거운 사랑을 준다. 그 결과, 자녀의 창의성은 데쳐지고 부모의 미성숙한 틀을 넘어서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모 모습을 학습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한다.
이들 미성숙한 부모는 자녀에게 정서적 밀착으로 서로의 정신기능(ego)을 분리하지 못하고 융합시켜 버린다. 그 결과 '어머니(혹은 아버지)'의 정신기능과 '자녀의 정신기능'이 중첩되어 기능함으로써 양자 간의 심리적 경계선이 와해되고 만다. 결국 어머니의 정신 기능이 아들의 정신 기능을 침범하여 '과보호' 상태를 지속하고 중독시켜 서로를 없어서는 안 될 '병리적 의존' 관계로 발전시켜 버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부모가 혼자서는 독립이 불가능한 취약한 정신구조의 소유자란 걸 예측할 수 있다. 이들은 필자를 만나 자신들의 왜곡된 사랑법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필자는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자식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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