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씨나 이씨처럼 일본의 흔한 성 중 하나가 와타나베다. 1990년대 초부터 장기 불황에 들어간 일본은 일찌감치 제로 금리 시대에 돌입했다. 은행에 저축을 해도 이자가 거의 없었다. 낮은 저축 이자에 실망한 일본의 중'상층 주부들이 너도나도 해외의 고금리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환전한 뒤 해외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주부 재테크 사단을 두고 '와타나베 부인'이란 이름이 붙었다. 와타나베 부인은 국제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까지 성장했다. 지금도 와타나베 부인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큰손이다.
일본 와타나베 부인이 국제사회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면 요즘은 중국 빅마마가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빅마마들이 세계 주요 기관투자가들에 맞서 국제 금값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 중국에서 빅마마란 모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제일 큰아버지의 부인 즉 큰엄마란 의미다.
최근 빅마마에게 호되게 당한 것이 골드만 삭스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다. 월가 금융기관들은 온스당 1천600달러를 웃돌던 금값이 1천400달러까지 하락 기미를 보이자 지난달 금값이 1천1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공매도 공세를 폈다. 금값을 더 떨어뜨려 이득을 보겠다는 속셈이었다. 공매도는 해당 상품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미리 매도 주문을 넣은 후 나중에 공매도 가격으로 상품을 인도하는 것이다. 공매도 상품 가격이 예상대로 떨어지면 공매도한 기관투자가들이 큰 이득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시도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금값이 하락 기미를 보이자 빅마마들이 나섰다.금이 나오는 족족 사들이기 시작했다. 금은방마다 몰려다니며 금을 싹쓸이했다. 이들은 노동절 연휴를 맞아 홍콩 금은방으로도 몰렸다. 종전 명품을 사기 위해 홍콩을 찾던 빅마마들이 명품 대신 금 사냥을 위해 홍콩을 찾았다. 중국 언론은 지난달 15일부터 열흘간 중국인들이 이렇게 사들인 금이 무려 300t, 금액으로 1천억 위안(약 18조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결국 내리는 듯하던 금값은 빅마마의 금 사재기에 힘입어 반등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공매도를 중단했다. 월가 투자가들이 중국 빅마마에게 백기를 들었다. 이제 중국이 기침을 하면 온 세계가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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